“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31일 여야의 ‘세월호 3법’ 합의로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이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 산하로 흡수ㆍ통합되는 것으로 정해지자 소속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동안 말을 아껴왔던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와 여야는 소방방재청이 외청으로서의 외형만 없어졌을 뿐 기능과 조직의 상당 부분이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소방공무원들은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해경과 함께 조직 해체 이야기가 나왔던 지난 6월부터 조직의 사활을 걸고 국가직화를 통한 독립을 일관되게 요구했는데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정부를 믿었는데 뭐라 할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 소방직 공무원은 “화마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서 싸우는 사람들의 처우를 개선해도 모자랄 판에 어렵게 이룬 조직의 독립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아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는 누가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조성완 소방방재청 차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의 사표가 전격 수리되며 조직은 가뜩이나 어수선했다. 소방방재청을 이끌던 이들이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 청와대 및 여당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다 문책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져 있다.
정부가 ‘소방안전세’를 도입하고 현재 지방공무원인 소방직을 단계적으로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소방공무원들의 모임인 소방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조직 개편으로 소방방재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회의적이다”라며 “기존 독립돼 있을 때도 하지 못했는데, 조직의 독립이 담보되지 못한 상태에선 오히려 소방부문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급성을 강조했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와 관련해서는 노력한다는 말만 있을 뿐 정작 이를 관철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해체의 길에 들어선 해경 직원들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대다수 해양경찰관들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이 받아들였다. 여야의 대립으로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 “해경 해체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여론이 부각되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직원들은 결국 조직의 해체로 결정이 나자 아쉬움을 표시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해경의 한 국장급 간부는“세월초 참사 이후 해체론보다는 큰 폭의 조직개편을 기대했는데, 막상 20년 이상 몸 담을 조직이 없어진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침울해 했다.
인천해경청의 한 경찰관은 “외국어선 불법조업 단속과 해난사고 구조업무 등 300여 척의 경비함정을 운용하는 해경의 업무를 다른 기관이 대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조직이 해체되어도 해경의 역할과 기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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