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전 서울 시내 한 냉면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 노령의 부인 손을 꼭 잡고 부축해 승용차에서 내리는 한 여성에 눈길이 멈췄다. 인터넷에서 흔히 하는 말로 ‘우월적 유전자’, 외모 뒤로 비치는 후광(?)이 뚜렷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한류스타 이영애(43)였다. 아마도 친모(親母)나, 시모(媤母)를 모시고 냉면집을 찾았던 게 아닌가 싶었다.
▦ 이영애가 남모르는 선행으로 언론을 탔다. 한국 관광 도중에 곤경에 처한 대만 산모를 도와 대만의 사회재단이 수여하는 세계생명사랑상을 받는다고 한다. 암으로 세상을 일찍 떠난 대만 소년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가 세운 재단으로 17년간 48개국 280명이 이 상을 받았다. 이영애는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병원비 곤란을 겪던 대만 산모에게 수술비와 입원비 전액을 지난 6월 몰래 지원했고, 이를 알게 된 대만 정부가 주한 대만대표부를 통해 최근 감사패를 전달했다. 대표부는 감사패 전달식 때 언론에 알리려 했지만 이영애가 말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언론도 눈치채지 못했다.
▦ ‘만인의 연인’인 오드리 헵번이 기아로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어린이를 안은 사진은 인상 깊다. 그냥 만져도 툭 부러질 것 같은 어린이 손을 조심스레 만져보는 그의 가냘픈 손은 처연했다.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그 사진들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세계 어린이 구호활동에 일조했다. 1988년 마카오에서 열린 한 자선 콘서트에 초청된 헵번은 자신의 명성이 모금에 도움이 된 사실을 알고, 유니세프에 제안했다고 한다. 60세에 그 후 5년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세계 20여 개국을 누비게 된 계기다.
▦ 92년 9월 소말리아 방문 중 심상찮은 건강 이상을 알게 된 헵번이 석 달 뒤 그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식에게 들려줬다는 미국 시인 샘 레벤슨의 ‘시간이 검증한 아름다움의 비결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하나는 자신을 위해,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두 손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달 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헵번 아동기금 주최로 열리는 그의 일대기 전시회 주제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 그 이상을 보여주는 손길이 자주 언론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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