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동조한 연예인 47명 중국 공산당 블랙리스트에 올려
영화인·인기가수 지지 적극 표시, 청룽·왕징 감독은 시위 중단 호소
“그럼 돈을 조금만 벌면 되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국 중앙 정부가 홍콩의 유명 영화배우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본토 활동까지 금지하자 저우룬파(周潤發)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달 말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중국 당국에 맞섰다.
저우는 홍콩에서 열린 ‘도성풍운(賭城風雲)2’ 기자회견에서 중국 퇴출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한 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성적이며 용감하다”고 말했다. 말은 쉽지만 홍콩 배우들이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 활동으로 올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행동이 오히려 더 용감한 셈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구 언론은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동조한 연예인 47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 내 활동과 보도를 전면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퇴출 조치 외에도 전화를 통해 시위대를 지지한 홍콩 유명인들을 위협했으며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도 이들을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는 저우룬파 외에도 량차오웨이(梁朝偉) 류더화(劉德華) 황치우셩(黃秋生) 등 세계적인 홍콩 배우들이 포함됐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점거시위에 참가하거나 시위대 지지 발언을 했으며 학생 단체를 지원하는 노래가 담긴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렸다는 이유다.
저우룬파는 지난달 1일 홍콩 빈과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학생들에 무력을 사용하는 그 순간이 홍콩인 모두가 돌아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시위대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홍콩 시위는)평화적인 시위이며 폭력이나 최루탄 등의 사용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저우룬파는 또 지난달 말 홍콩의 넥스트매거진과 인터뷰에서도“(시위에 나선 대학생연합체인)홍콩전상학생연회나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등 홍콩 민주화 운동 세력이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량차오웨이도 지난달 빈과일보와 인터뷰에서 “평화 집회에 참여한 시민에게 지나친 무력을 사용한 정부에 항의한다”며 “정부가 성의를 보여 시민과 대화의 길을 열길 바란다”라고 시위대를 지지했다. 류더화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홍콩 시민 모두가 홍콩을 사랑한다”며 “정부와 경찰은 자신과 대중을 아끼는 마음으로 최루탄과 무력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치우셩은 영화 레미제라블 테마곡이자 홍콩 시위대를 대표하는 곡으로 떠오른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등을 따라 부르며 “피로 물든다 해도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시위대를 응원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황야오밍(黃耀明)과 데니스 호(何韻詩) 등 홍콩 인기가수들도 시위대 지지의사를 적극 표시했다. 특히 황야오밍은 9월 30일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에 직접 참석해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쳐 화제를 낳았다. 데니스 호는 지난달 4일 홍콩 ‘우산혁명’을 지지하는 노래 ‘우산을 들어올리자’로 시위대 캠프에서 공연도 했다.
반면 홍콩 민주화 시위에 반대해 온 청룽(成龍ㆍ성룡)은 지난달 9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이성으로 돌아와 미래를 맞이하자”며 시위 중지를 호소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 시위로 인한 홍콩의 손실액이 3,500홍콩달러(46조원)에 달한다”며 “홍콩의 아름다운 매일을 위해 모두의 지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영웅’등을 제작한 왕징(王晶) 감독도 시위대 속에서 “시위대가 홍콩을 대표하진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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