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우주여행 선두주자 꼽힌 스페이스십2 시험비행 중 두 동강
부조종사 죽고 탈출한 조종사 중상, 버진그룹 회장 "맹목적 추진 않겠다"
영국의 상업우주여행사 버진 걸랙틱(Virgin Galactic)이 개발한 우주여행선이 지난달 31일 시험비행 중 폭발해 타고 있던 부조종사가 숨지고 조종사는 크게 다쳤다.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상업 우주여행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북쪽 150㎞에 있는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상업용 우주여행선 ‘스페이스십2’가 시험비행 중 폭발해 추락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지상 관제사들은 발사 직후 스페이스십2와 연락이 끊겼다.
이 여행선은 1단 비행체와 분리된 후 폭발했으며 기체는 크게 두 동강이 나 모하비 사막에 떨어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스페이스십2에 타고 있던 두 명 중 부조종사는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주조종사는 기체를 탈출한 뒤 낙하산으로 지상에 내렸으나 심하게 부상 당했다.
스페이스십2 폭발 장면 영상
사고 조사에 나선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그 동안 버진측이 우주선을 독자개발한 탓에 기체에 블랙박스가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이 버진 걸랙틱의 로켓 엔진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07년 지상 시험운전 때도 엔진이 폭발해 기술자 3명이 숨졌지만 엔진디자인 공개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스페이스십2는 버진 걸랙틱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우주여행선 중 첫 번째 기체 후보다. 이날 비행은 55번째 스페이스십2 비행이었고, 로켓 추진으로는 지난 1월에 이어 네 번째였다. 이번 비행에서는 예전과 달리 고무의 일종인 HTPB가 아닌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이드 축합중합체 기반 연료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버진그룹의 자회사인 버진 걸랙틱은 25만달러(2억7,000만원)를 받고 일반인 승객에게 우주관광을 시켜주는 사업을 추진해온 업체다. 이 회사는 승객 정원 6명의 우주여행선을 수송기에 실어 14㎞ 상공에 올려 놓은 뒤 자체 동력을 가동해 성층권 밖 궤도(상공 100㎞)를 두 시간 정도 돌고 귀환하는 우주비행 계획을 선전해왔다.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 톰 행크스,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스타와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이 탑승자로 확정돼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상업적인 우주여행 출발선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버진 걸랙틱의 이번 사고로 민간 우주여행 분위기도 급변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1일 사고 현장인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업을 “맹목적으로 추진하진 않겠다”며 “사고를 철저하게 분석해 배우고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사업에 10억 달러(1조675억원)를 쏟아 부었다.
가디언은 “버진 갤랙틱이 새로운 시험 비행선을 만들지, 만든다면 얼마나 걸릴지, 얼마의 돈이 필요할지 등도 아직 말하기에 이른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로 민간 우주여행업체의 우주선이 정말로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이미 예약을 한 700명은 물론 전 세계에 우주여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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