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자사고 전면폐지 대신 학생선발권 폐지로 기울어
'학생선발권 포기 vs. 자사고 지위 유지' 두고 고심할 듯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 자율형사립고 6곳을 지정취소하고 2곳의 지정취소를 유예하면서 일단 올해 자사고 평가 및 재지정 과정은 모두 끝났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를 한 번에 모두 없앨 수 없다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자사고에 주어진 '특권'인 학생선발권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사고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지정취소가 확정된 6개교와 취소가 유예된 2개교의 운명을 가른 건 학생선발권이었다.
지정취소가 확정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와 달리 2년간 취소 유예된 신일고와 숭문고는 교육청이 요구한 운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학생선발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서울교육청도 두 학교의 지정취소 유예 처분과 관련 "다른 학교와 달리 가장 중요한 입학전형 방식에서 나름대로 용단을 내린 학교들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혀 학생선발권이 중요한 결정 기준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조희연 교육감은 입시에서 자사고의 우월한 지위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을 꼽고 2016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자사고들도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정취소 확정 자사고를 발표하면서 조 교육감은 "면접 대신 100%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은 '자사고 정상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두 학교의 결단에 대해서도 "이들 학교가 면접 없이 선발하겠다는 것은 이후 자사고들이 선발권 개선을 통해 정상화되는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사고 전반의 선발권 개선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해 학생선발권 폐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시내 25개 자사고 전체를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우선 일부라도 지정취소하고 남은 자사고들은 그동안 입시에서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온 학생선발권을 포기하도록 해 '일반고화된 자사고'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학생선발권을 포기하고 지정취소를 피한 2개교와 올해 지정취소가 확정된 6개교 사례는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둔 대광고, 대성고, 장훈고, 선덕고, 보인고, 양정고, 현대고, 세화여고, 휘문고, 경문고, 미림여고 등 11개 자사고들의 결정에 어떤 식이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지정취소돼 법적 다툼에 휘말리기보다는 학생선발권을 포기하더라도 일단 지정취소는 피하고 보자는 자사고들이 내년에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입생 모집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정취소 자사고들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이를 지켜보는 내년 평가 대상 자사고들은 학생선발권 포기와 자사고 지위 유지를 놓고 저울질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육감은 이번 자사고 평가와 재지정 과정을 마무리지었지만, 공약인 자사고 폐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즉각 취소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취소하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교육청의 지정취소를 취소 처분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서울교육청도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발동했는데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혀 양측 간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정취소된 6개교도 전날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혀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 학교들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법원이 자사고들의 손을 들어주면 최종적으로 자사고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내년에 지정취소되는 자사고들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줄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다음 달 19일부터 서울지역 자사고들의 신입생 모집이 시작되지만 올해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2016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상황에 처한 올해 지정취소 자사고에 지원해야 할 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2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게 될 2016년도부터 서울교육청의 계획대로 학생선발권이 폐지된다면 '우수학생 선발효과'가 실종된 자사고에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학비를 내면서 가야 할 이유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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