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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키운 건 8할이 삼성… 이젠 SS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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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키운 건 8할이 삼성… 이젠 SSYK?

입력
2014.1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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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만들어 4년 장학금·용돈·취업보장까지

금융권 진출·고시 합격 늘고 많은 개혁과 발전 거듭한 결과

성대 서울 캠퍼스 모습.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성대 서울 캠퍼스 모습.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중앙에 '종합대학 1위'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대는 한 일간지 대학평가에서 포항공대 카이스트(KAIST)에 이어 3위, 종합대학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중앙에 '종합대학 1위'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대는 한 일간지 대학평가에서 포항공대 카이스트(KAIST)에 이어 3위, 종합대학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고려대 동문회장인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은 “요즘 시중에서 SSYK라고 한다”는 말로 동문들을 긴장시킨다. 입시생 대학선호도가 서울대-성대-연대-고대 순으로 새로 짜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성대가 잘 나간다”고 말하는 이의 태반도 출세한 동문이 아닌 학교 성대를 염두에 두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성대의 비상이 결국 삼성의 힘이란 데에 성대 교수나 학생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성대를 키운 건 8할이 삼성이다?

작년 11월 세계적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아태지역 전자소재 연구개발센터를 산업단지가 아닌 성대에 짓겠다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성대에 자신들이 원하는 삼성의 앞선 기술과 자본, 연구진까지 갖춰져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성대의 재정상태만 살펴도 삼성의 위력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성대가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동문, 재단, 산학협력단 등에서 받은 기부금은 437억원으로 전체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삼성재단이 학교에 직접 지원한 법인전입금은 이 보다 훨씬 많은 948억원으로 2위 연세대(649억원)와도 차이가 컸다. 행정학과 이모(24)씨는 “재정이 넉넉해지면서 우수한 교수진이 유치되고 고시반에 개인 열람실이 마련될 만큼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재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삼성은 1965년 성대 운영권을 인수, 고(姑) 이병철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 관리했으나 학교의 기업화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손을 뗐다. 79년 봉명재단에 넘어간 성대는 재정난 속에 96년 다시 삼성에 인수되는 곡절을 겪었다. 삼성은 이후 성대에 1등 DNA를 심는 작업에 들어갔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등을 신설, 4년 전액 장학금 및 삼성전자 취업보장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였다. 공대 재학중인 정모(19)씨는 “연대, 고대도 붙었는데 성대로 왔다”며 “4년 간 장학금에 매달 용돈 50만원도 주고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1월 논란을 일으켜 폐지된 대학별 총장 추천제에서도 성대에 가장 많은 115명을 할당했다. 당시 서울대는 110명,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100명이었다. 성대 교육환경부터 학생진로까지 삼성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학교나 학생들 생각이 같다. 이칠기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성의 자금지원과 삼성의 브랜드가 대학 이미지 개선에 영향을 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대 약진은 자연스러운 현상

성대 측은 국무총리나 법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에 성대 출신이 등용된 것이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다. 유홍준 사회학과 교수는 “1970년대 중반 학번은 서울대에 떨어진 학생들이 후기(後期)이던 성대에 다수 진학,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며 “지금 공직에 오른 동문들도 정권 혜택이라기보다 능력을 갖춰서 기용된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유 교수 분석의 해당자들은 대학별 본고사를 치른 69년 학번부터 80년 학번까지다. 졸업생과 재학생들 역시 지금의 성대 돌풍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김영호(41ㆍ가명)씨는 “출중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고시에 합격하거나 금융권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특이할 것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더학과 재학생 허유영(24)씨 역시 “학교 안팎으로 평판이 좋은 인물들이 인정받아 지금의 위치에 선 것”이라며

“스카이(서울대, 고대, 연대) 출신만 잘 나가야 한다는 건 편견이다”고 했다.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 모두 성대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지만 ‘종합대학 1위 성대’를 바라보는 온도 차는 컸다. 성대는 대학평가에서 전국의 기업ㆍ교육계 인사담당자들이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에서 1위였다.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대평가라는 성대인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 중인 정기웅(28)씨는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우리가 대학평가에서 1위를 했으니 박수 한 번 치고 시작하자’고 말했다”며 “성대가 성장한 건 맞지만 회계사만 해도 메이저 회계법인의 성대 할당인원이 적어 입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수학교육과에 재학중인 이모(19)씨는 “정시에서 스카이와 성대의 합격선은 수능 한두 문제 점수 차이뿐”이라며 “그렇다 해도 아직 스카이를 넘거나 비슷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박경준(28)씨도 “성대출신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듣기 좋지만 그렇다고 입사나 승진에서 성대라는 요소가 다른 대학처럼 ‘플러스알파(+a)’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진은 성대의 대학평가 1위에 대해 반색하며 자랑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유홍준 교수는 “갑자기 종합대학 1위가 된 게 아니라 10여 년 간 많은 개혁과 발전을 거듭한 결과”라며 “다만, 우리 사회 만연한 수능서열화 때문에 인정키 어려울 수는 있다”고 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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