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종료 하루 만에 단행, 6년 만에 1弗=111엔대 돌파
日 "2년내 물가상승률 2% 달성"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 열어둬
일본은행이 31일 추가 양적완화(자산매입 정책)를 단행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하자마자 일본은 거꾸로 양적완화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조치에 일본 엔화 가치는 6년여만에 달러당 111엔대를 돌파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가뜩이나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는 와중에 엔저 심화까지 우려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이틀 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공개한 의사록을 통해 양적완화 규모를 현행(연 60조~70조엔)보다 10조~20조엔 늘어난 연 80조엔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유 중인 국채 잔존만기를 7~10년으로 확대하고, 상장지수펀드(EFT)와 부동산투자펀드(REIT) 연간 매입액도 각각 3조엔, 900억엔으로 3배씩 늘리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래 두 번째 양적완화 조치로, 지난해 4월 1차 양적완화 이후 18개월 만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수요 둔화, 원유 가격 하락 등이 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며 “물가 하락 압력이 계속된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며 추가 양적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특히 “2년 내 물가상승률 2%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며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을 깬 ‘깜짝 조치’로 평가된다. 1년 반의 양적완화 조치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한계상황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1.3%에 불과, 정책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나흘 전(27일)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시기를 10월로 예상한 사람은 32명 중 3명에 그쳤고, 응답자 절반인 16명은 내년 이후, 10명은 추가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위원들도 이번 결정을 두고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갈렸다.
일본 금융시장은 대형 호재에 즉각 화답했다. 이날 닛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4.8% 오른 1만6413.76으로 마감, 2007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엔ㆍ달러 환율은 2008년 1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달러당 111엔 선을 돌파하며 111.6엔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 역시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다.
국내 시장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0원 오른 달러당 1,068.5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올해 2월3일(달러당 14.1원 상승)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달러에 대한 엔화의 절하폭이 원화를 앞서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7.66을 기록, 한 달 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연 2.138%)가 사상 처음으로 연 2.2%선 밑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하루 사이로 상반된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놓자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과 엔저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가 동시에 닥친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각국 통화정책 차이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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