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획정 논의 시기 놓고 상반 태도 새정치 "당장 정개특위 가동하자"
선거제도 개편 아이디어 쏟아내 새누리 "정기국회 끝나고…" 시큰둥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두고 여야가 극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불가피해진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위해 야당은 정치개혁특위 즉각 가동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까지 논의하자며 여러 제안을 쏟아냈다. 반면 여당은 헌재 결정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듯 사실상 입을 닫은 모양새다.
선거구 재획정 논의 시기 둘러싸고 벌써 여야 이견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국회 정개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세균, 박지원 비대위원은 이와 함께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포괄적인 선거제도 개편 논의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문재인 비대위원도 “차제에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지역 구도를 완화하고, 약화하는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고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선거제도 개혁에 개헌이 필요하다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최우선 과제도 이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임위원장단ㆍ간사단 연석회의에선 이완구 원내대표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 외에 별다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정개특위 즉각 가동 제안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정개특위의 구성 방식과 절차, 일정, 활동 기간 등에 대해 합의해 정기국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부대표는 야당에서 거론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늘 하는 흘러간 옛 노래”라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이 이처럼 선거구 재획정 논의 시기를 늦추는 등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은 섣불리 정개특위를 구성할 경우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주요 입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고, 가까스로 봉쇄한 개헌 논의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헌재 결정의 파장이 선거제도 전반의 개편론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재오 의원 등 여권 일각에서는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이 전반적인 여권 기류다. 이는 권역별로 정당 득표를 반영해 비례 의원을 확보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영남권에서 사표(死票)가 많은 새정치연합이 유리하고 새누리당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과 무관치 않다.
여야 ‘기득권 지키기’에 나설 가능성 상존
이런 와중에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의석수 늘리기’로 해결하려는 방안도 나와 벌써부터‘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인구 증가분을 고려해 의석 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늘릴 경우 ‘국회의원의 밥그릇 챙기기’이란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의원 정수는 그대로 두되, 비례대표를 축소해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지금 비례대표가 54석인데 15~16대에선 46명이었다”며 “(비례대표 의원을)10명만 줄인다고 해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세대ㆍ직능별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비례대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구 재획정 기구와 권한도 논란 대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 위원회는 국회 산하에 설치되며 위원회의 획정안이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도 못한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게리멘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이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의원들간 이전투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위를 독립기구화 하거나 중앙선관위에 맡기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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