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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사회 승자들이 결국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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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사회 승자들이 결국 성공했나

입력
2014.10.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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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헤퍼넌 지음ㆍ김성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ㆍ604쪽ㆍ2만원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 과장하고 조작

스타가 되기를 갈망하지만 오래 남는 음악가들은 협력자

인간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밝힌 인간 지놈 프로젝트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여섯 개 나라가 지원하는 생물학 연구소들의 공공 컨소시엄과 민간 연구소 셀레라의 경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경쟁은 2004년 공공 컨소시엄 측에서 ‘네이처’지에 연구 내용을 전부 공개하면서 끝났다. 그러나 셀레라는 여전히 6,500건의 유전자 특허를 보유 중이다. 영국 생물학자 존 설스턴은 경쟁이 과학 발전에 기여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유전자 특허가 인정받으면 다양한 유전자를 포함한 검사는 어려워지고 연구 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성과를 독점하고자 협력보다는 단독 행동을 선택한다. 연구 결과를 가장 먼저 얻어낸 사람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는 학계의 시스템과 ‘네이처’‘사이언스’ 양대 전문지의 경쟁이 이를 유도한다. 경쟁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연구 결과를 과장하거나 조작하도록 유혹한다. 지난 3월 조작으로 판명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만능세포 개발 사건은 연구소 내 최대 파벌이던 사사이 요시키 부센터장이 연구 성과를 성급하게 홍보한 탓에 일어났다. 그 여파로 이화학연구소 직원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해고당했다.

경쟁은 인간 사회를 설명하는 보편 질서다. 가정에서는 형제자매 사이 경쟁이 발생한다. 연애 ‘시장’에서는 더 좋은 짝을 찾기 위한 동성 간의 경쟁이 벌어진다. 기업에는 개인 간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도입됐다.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내총생산(GDP)을 놓고 벌어지는 순위 싸움이 벌어진다.

경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교묘하게 재해석한 허버트 스펜서의 ‘적자생존’ 개념을 근거로 삼는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쟁은 더 뛰어난 이들에게 승자의 지위를 부여한다. 높은 능력을 얻으려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은 더 빠른 성과를 유도하고 경쟁을 통해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경쟁의 결과로 많은 이들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계뿐만이 아니다. 경쟁은 참가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한다.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커닝과 표절을 서슴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들은 신체 능력을 강화하지만 도핑 검사에는 걸리지 않는 새로운 약물을 찾는다. 2004년 체포된 미국의 약물 공급업자 빅터 콘티는, 약물 검사자는 약물 복용자보다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이기려는 욕망이 강하기에 위험 따위는 안중에 없다며 스포츠맨십을 비웃었다.

저자는 반대쪽 사례에 주목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음악계는 늘 한 사람의 수퍼스타를 갈망한다. 하지만 결국 오래도록 남는 음악가들은 뛰어난 협력자들이다. 수많은 제작자와 연주자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좋은 음악은 탄생할 수 없다. 앨범 ‘21’로 2012년 여섯 분야의 그래미상을 휩쓴 아델의 앨범 제작자 짐 애비스는 “아델은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데 특출난 재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지금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단지 우리가 경쟁의 신화에 사로잡혀 협력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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