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구이디ㆍ우춘타오 지음, 박영철 옮김
길ㆍ526쪽ㆍ2만8,000원
무거운 세금에 항의하러 파출소에 갔다가 맞아 죽은 농민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현대 중국 농민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생생한 보고서다. 원서는 2004년 출간 즉시 중국에서 금서가 됐지만, 해적판으로만 1,000만부 이상 팔렸다.
두 저자는 부부 작가다. 3년에 걸쳐 농업의 중심지인 안후이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전국의 농업 전문가와 행정관리를 두루 취재해서 “미친 듯이 우직하게, 겁없이 그대로” 썼다. 중국 농민은 왜 그렇게 가난한지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했다.
중국의 농민 문제는 ‘삼농’(농업의 저수익성, 농촌의 황폐, 농민의 빈곤)으로 요약된다. 이 책은 중국 공산당이 농민을 치켜세우고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중국 농촌은 각종 무거운 세금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던 농민이 같은 공산당 ‘동지’에게 무자비하게 고문을 당해 죽는 게 현실이라고 고발한다. 중국 농촌의 실태와 농민의 끈질긴 투쟁을 가감 없이 전하면서, 농민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탠 언론인과 농업 전문가들의 감동적인 헌신도 소개한다.
책이 나온 지 10년, 그 사이 변화가 있긴 했다. 농업세와 농업특산세가 폐지되는 등 이 책이 제기한 문제들이 일부 해결됐다. 하지만 중국 농민은 여전히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가장 상처받은 이들은 농민”이라며 안타까워한다. 농민의 등을 부러뜨리는 “쇠털 같이 많은 가혹한 세금은 비록 억제됐지만, 농민의 부담은 결코 줄지 않고 농민의 토지는 당과 정부 관리의 ‘맛난 고기’가 되어 마구 약탈당하고 있다”고 전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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