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 국내ㆍ외 작가 7명
성수동 '어반 업 서울' 프로젝트
낙서로 인식되던 그라피티의 진화
주민 의견 적극 반영 매력 알리기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에 있는 석유상점 대신상사 바로 옆 벽에는 귀여운 곰인형 옷을 입은 아기가 기름통에서 꿀을 떠먹고 있다. 스트리트 아트 작품을 그려온 태국의 미술작가 알렉스의 작품이다. 기름통을 넣은 것은 대신상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사장 김용환(62)씨는 “아내가 벽화에 기름통을 넣어서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알렉스가) 멋진 그림을 그려줬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알렉스는 “석유는 모든 사람이 쓰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석유에서 꿀을 연상했고 꿀을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물론 인형옷을 입은 아기는 알렉스가 예전부터 그려온 전용 캐릭터다. 하지만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림이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게 됐다.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스트리트 아트만의 매력이다.
스트리트 아트 작가 7명이 성수동 일대의 낡은 건물 벽과 담장에 그림을 그리는 ‘어반 업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를 기획한 류성효 독립문화기획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작가들이 스트리트 아트를 한국 대중에게 소개하고 작가들끼리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동일한 프로젝트를 부산에서 진행하는 ‘어반 업 부산’이 대안적 미술행사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 인 부산’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일주일간 열렸다. 부산에서도 스트리트 아트다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부산 중구 대청동 옛 한국은행 부산지부 담장 벽화 작업을 중지시켜달라는 민원을 일부 주민들이 제기했다. 그러나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들조차 태국 작가 러킷의 호랑이 얼굴 그림만큼은 높게 평가했다. 러킷이 사용하는 색상이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스트리트 아트라고 하면 그라피티를 연상하기 쉽다. 그라피티는 힙합, 디제잉, 비보잉과 함께 ‘거리 문화의 4요소’로 불렸으며 한동안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하지만 현재 서양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거리 미술이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 작가 보얀은 “그라피티는 전문 과정을 밟지 않은 거리 예술가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업 화가부터 초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벽에 그림을 그린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스트리트 아트가 대세다. 알렉스는 “태국에서는 언론이나 기업이 스트리트 아트를 자주 소개하고 사람들도 벽화 작업에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트리트 아트는 1990년대 후반 유행했으나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은 경력 10년을 훌쩍 넘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의 그라피티 작가 제이플로우는 “한국에서 그라피티 아티스트를 전업으로 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젊은 층의 관심은 많지만 신인 작가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벽화 사업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지역 미화라는 목적을 띠고 추진된다. 발주자의 구미에 맞춘 개성 없는 작품들이 벽을 채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반 업 코리아’를 공동기획한 한국 작가 식스코인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가가 캔버스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스트리트 아트의 매력을 많은 이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월 1일 오후에는 작가들이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투어가 열릴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어반업코리아 페이스북 링크 https://www.facebook.com/urban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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