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53)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30일 쿡이 경제주간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쿡은 기고문에서 “내 성 정체성을 부인한 적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지만 이미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내 성 정체성을 말해 왔고 애플의 여러 동료들도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쿡은 이어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이는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을 잘할 수 있었다”며 “때로는 힘들고 불편했지만 나 자신으로 살고 역경과 편견을 넘어설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자로서의 공감 능력은 더 풍부한 삶을 열어줬고 시련은 자신에게 코뿔소 가죽처럼 강한 마음을 가지게 해 애플의 CEO로 일할 때 도움이 됐다고 쿡은 덧붙였다.
쿡은 그동안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동성애자 지지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모교인 앨라배마 주 오번대에서 “이제는 인간 존엄의 근본적 원칙에 대해 법률에 명문화할 때”라면서 동성애자 권리를 언급했다. 또 27일에는 아직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고향 앨라배마 주 정부가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소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쿡이 커밍아웃을 결심한 계기는 다른 동성애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주가 늘어나는 등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데에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쿡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생의 가장 끊임없고도 다급한 질문은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애플의 CEO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나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쿡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정의를 향해 차곡차곡 벽돌을 깔며 햇빛이 드는 길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내 벽돌이다”라고 말했다.
아트 레빈슨 애플 이사회 의장은 쿡의 커밍아웃에 대해 “용기있는 일”이라며 “이사회와 회사 전체를 대표해서 쿡이 애플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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