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대통령제 새 옷 입을 때"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주도권 잡기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이 개헌 논의의 골든타임”이라며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개헌 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외에도 최근 여권 내 당청 갈등의 촉매제였던 개헌론의 불씨를 다시 살려 여권 내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文 “20대 총선 전 개헌”… 정국 주도권 확보 차원
문 위원장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개헌 문제를 세게, 많이 얘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이날 연설 말미에 작심하고 개헌 문제를 꺼내 들었다.
문 위원장은 먼저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정글 체제”“죽기살기 식 공멸의 정치”“상대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라고 진단한 뒤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 위원장은 “30년 전 헌 옷을 그냥 입기엔 우리 국민과 사회가 너무 커졌다”며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라는 헌 옷을 과감히 벗고,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연내 개헌 특위를 구성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 20대 총선(2016년) 전 개헌을 이뤄낼 수 있다는 구체적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문 위원장이 연일 개헌 이슈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에 못하면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개헌 필요성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으로, 결국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설치해 가동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친다”고 강조했다.
개헌 이슈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대해 입을 다물라고 해서 우리가 왜 보조를 맞춰줘야 하나”며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운영의 폐해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헌 이슈로 불거진 당청 갈등의 틈을 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이 개헌에 소극적인터라 야당 주도의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영환 의원은 “어차피 대통령이 반대하고 여당도 꼬리를 내린 상태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괜히 여당과의 관계만 나빠지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내년 남북정상회담 촉구도… 세월호 언급하며 울컥
이 밖에도 문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늦어도 내년에는 남북정상이 만나야 하고 그 힘으로 동북아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행위 저지, 5ㆍ24 대북제재 조치 철회,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박근혜정부의 경제기조인 ‘초이노믹스’에 대해선 “국가를 빚더미에 가두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으로 완전히 실패해다”고 직격탄을 날린 뒤 소득 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연설 막판엔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당부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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