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투표가치 각각 다른 현실… 대의민주주의 관점서 불공평
"도농 인구 큰 격차… 시기상조" 재판관 3명 소수 의견 제시도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축소해야 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대표성이 투표가치의 평등(등가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도농간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격차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지역이익들이 대표돼야 할 이유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현재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3배의 투표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불평등”이라며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회를 구성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며 “지금은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 또한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하면 할수록 과대대표되는 지역과 과소대표되는 지역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데, 이는 지역정당 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런 불균형은 같은 농ㆍ어촌 지역 사이에서도 나타나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 선거까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어 선거구 조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내세울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결정의 사유가 됐다.
헌재는 지난 20년간 선거구의 인구 상ㆍ하한선을 점차 좁히는 결정을 해왔다. 이에 따라 선거구 인구편차는 4 대 1에서 3 대 1, 다시 2 대 1로 줄었다. 특히 2 대 1의 선거구 인구편차는 과거 두 차례에 걸친 헌재의 결정에서 이미 이상적인 비율로 언급됐던 수치다. 헌재는 1995년 4.28 대 1이었던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2배 이상이 되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수사정 등을 고려할 때 4 대 1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제시했다. 헌재는 2001년 다시 3 대 1로 기준을 낮추면서 그때도 “2 대 1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을 감안해 3 대 1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에는 2 대 1의 기준을 적용해도 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3명의 재판관은 2 대 1의 기준은 아직도 시기상조이며, 현행 3 대 1의 비율이 선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박한철 이정미 서기석 재판관은 도농간의 격차를 지적하고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도 투표가치의 평등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구를 늘리는 방안은 부정적인 국민 정서나 예산 문제를 감안할 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고, 설령 의석 수를 늘린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는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 수만 증가할 뿐, 지역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의 의원 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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