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7,000여명에 내년에 한시적 월세 대출..
당면한 전세난 해소는 미룬 채 월세 지원에만 초점, 실효성 의문
취업준비생과 기초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1인당 최대 720만원 규모의 월세 대출이 내년 한시적으로 실시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에 보증부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이율(현행 2%)도 절반까지 낮아진다. 전ㆍ월세가격 불안지역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매입ㆍ전세임대 주택 1만3,000호가 추가로 공급된다.
정부는 3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라 집 주인들의 월세 선호 흐름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큰 취약계층이 안착하도록 월세 중심의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차 시장의 추세가 전세에서 월세로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시장을 연착륙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급등하는 전셋값을 잡기 위한 직접적인 방안은 빠져 있어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보인다.
정부는 월세 거주자가 많은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이번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취업준비생이나 근로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최대 7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매달 30만원의 상한을 기준으로 연 2%의 저리로 지급되며 대출 후 3년 뒤 일시에 상환하는 조건이다. 지원규모는 총 500억원 규모로 7,000여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H가 매입 혹은 전세로 임대한 주택에 보증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출금리도 인하한다. 현재 2%로 일괄 적용하던 것에서 2,000만원 이하는 1.0%, 2,000만~4,000만원 이하 1.5%, 4,000만원 초과 2% 등으로 차등화했다. 보증부 월세 전환 시, 보증금이 줄어들어 금리혜택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와 함께 월세 납입에 대한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범위(9개월→24개월)가 확대되고, ‘디딤돌 대출’로 생애최초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연소득(부부합산) 2,000만원 이하일 때 금리도 0.2%P 추가 인하한다. 현재 해당 소득구간의 디딤돌대출금리는 2.4~2.7%다.
장ㆍ단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안도 담겼다. 우선 LH의 매입ㆍ전세 임대주택을 전ㆍ월세 불안지역에 집중 공급한다. 올해 목표 물량(4만호)과 별개로 12월 중 3,000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고 내년 역시 당초보다 1만가구가 늘어난 5만가구를 공급한다. 민간과 공공이 공동출자한 공공임대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공급하는 임대주택 역시 6만가구로 늘린다.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해 미분양 주택을 내년 말까지 취득해 5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쓰면 취득 후 5년 간 발생하는 양도소득의 50%를 감면하고,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건설 시 용적률 제한도 법정한도까지 허용하는 등 규제도 완화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두고 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상당 수 중산층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데다, 저금리 등으로 주거불안이 심화되는데도 전세의 월세 전환을 늦출 효과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당면한 문제는 전셋값 상승인데, 정부는 월세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민간 참여를 위한 각종 금리인하 혜택이나 규제완화도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에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서울시내 2만가구가 넘는 재건축 이주수요를 감안하면 공급물량 역시 전세난 해소를 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공임대리츠도 확실한 유인책이 없는 한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 쉽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임대주택 공급이 전세난이 촉발된 시가지가 아닌 외곽이나 신도시에 집중될 경우, 전세난민 양산을 촉진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는 전세난을 매매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며 “공급물량을 더욱 늘리는 동시에 집주인들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야 전세난을 잡을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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