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ㆍ카리브공동체(CELAC)에 350억달러 금융 지원, 아르헨티나에 75억달러 차관 제공…’ 지난 7월 중남미를 찾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풀어 놓은 선물보따리의 일부다. 이에 질세라 이틀 뒤 아베 일본 총리도 이 지역을 방문해 카리브공동체(CARICOM) 정상들과 협력을 다짐하고, 브라질에선 7억달러 제공을 약속했다. 지원 규모에서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아베 총리는 여유만만했다. 일본이 중국에 30여년 앞서 미주개발은행(IDB)를 통해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 IDB는 중남미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1959년 역내 국가들과 미국이 공동 설립한 은행이다. 지역개발 국제금융기구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도 크다.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역내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역외 국가에게는 배타적 조직으로도 유명하다. 아시아에선 가입국이 한중일 3개국 뿐이다. 일본이 회원국이 된 건 76년이다. 70년대 초 오일쇼크가 발발하자, 중남미로 눈을 돌려 당시(71~74년) 일본의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무려 30%가 중남미로 향했다. 현재 IDB 지분 5%를 확보, 역외국 가운데 최대 출자국이다. 15년간의 노력 끝에 2008년 입성한 중국은 지분율이 한국과 동일한 0.0029%에 불과하다.
▦ 한국도 79년 이후 26년간 계속 문을 두드린 끝에 2005년 회원국이 됐다. 10년간 빈곤퇴치 등 명목으로 1억8,000만달러의 신탁기금 제공을 앞세워 마침내 뜻을 이뤘다. 이렇게 긴 시간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가입에 공을 들인 국제 금융기구는 없었다. 중남미가 87년 이후 27년 연속 흑자를 보는 지역이자, 지난해 전체 무역흑자의 40%(180억달러)를 일궈낸 효자시장이니 그럴 만도 하다.
▦ IDB 연차총회가 내년 3월 26~29일 부산에서 열린다. 48개 회원국 경제 관련 고위관료 및 기업인 등 3,000여명이 참석, 중남미 관련 국내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관련 홈페이지(idb2015.kr 또는 idb2015.org)를 29일 공식 오픈 했다. 대회기간 에너지와 건설, IT 등에서 민간차원의 실질적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 역점을 둔다고 한다. 중남미에서 일본 및 중국 열풍을 넘어 ‘한국 붐’을 일으키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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