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2승1세이브로 MVP...5이닝 세이브 진기록도 세워
지난 29일 캔자스시티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0-10으로 완패한 샌프란시스코의 라커룸. 외야수 마이클 모스(32)는 지나가던 매디슨 범가너(25)에게 농담 삼아 한 마디 툭 던졌다. “만약 내일도 등판한다면 이전 보다 더 잘 던져야 할 거야.” 시리즈 분위기는 이미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제패를 꿈꾸는 캔자스시티 쪽으로 흘러간 터였다. 범가너가 입을 열었다. “그냥 보기나 해.”
그냥 보기만 하면 됐다. 워낙 ‘미친’ 활약을 한다고 해서 ‘매드(Mad)’가 붙은 ‘매드범’ 범가너가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범가너는 30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7차전에서 3-2로 앞선 5회말 구원 등판해 5이닝 2안타 4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승리 투수는 두 번째로 나온 제레미 아펠트에 돌아갔고 범가너는 세이브를 챙겼다. 2009년 빅리그에 데뷔한 범가너의 생애 첫 세이브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5이닝 세이브 진기록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범가너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1년 랜디 존슨(애리조나), 2011년 C.J. 윌슨(텍사스)에 이어 2경기 선발 등판한 뒤 7차전에도 구원 등판한 공(功)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당시 존슨, 윌슨이 2이닝도 채 던지지 않은 반면 범가너는 5이닝이나 책임졌다. 1차전(22일) 7이닝 3안타 1실점 승리, 5차전(27일) 9이닝 4안타 무실점 승리에 따른 피로감은 없어 보였다.
범가너는 3일 만에 등판했지만 위력적인 직구에다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지며 14타자 연속 범타쇼를 보였다. 특히 9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야수 실책으로 주자를 3루까지 내보냈지만 흔들림 없었다. 마지막 타자 살바도로 페레즈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운 그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범가너는 이번 월드시리즈 평균자책점이 0.43이다. 3경기 21이닝을 던져 단 1실점만을 내줬다.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 등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도 평균자책점이 1.20에 불과하다. 7경기 52.2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이 6점이다.
범가너는 MVP로 선정된 뒤 “이런 경기에서 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축복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몇 이닝을 던질 것인지 몇 개나 던질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전날 범가너에게 농담을 던진 모스는 “범가너는 던질수록 더 무서워 졌다”며 “우리 팀엔 캔자스시티에 없는 ‘매디슨 범가너’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고 웃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