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조리사·유령 교사 등록… 특별활동비 받아 중간 착복 허다
학부모와 지원금 나눠 가지기도, 불투명한 회계 근본적 대책 결실
닭 한 마리로 영유아 90명에게 삼계탕을 끓여 먹이고, 오이 한 개로 수십 인분의 오이냉국을 만드는 ‘기적의 어린이집’. 썩은 달걀이 올라가는 아이들의 식단. 아이가 울 때는 거즈로 입을 틀어막아 울음소리가 어린이집 담장을 넘어가지 않게 하며, 훈육을 할 때는 표시가 나지 않게 머리를 때리라고 가르치는 어린이집 원장….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가정만큼은 아니어도 따뜻한 보호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1997년부터 17년째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이은경(50)씨는 29일 이런 믿음에 대해 “순진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북오션 펴냄)을 펴내 민간어린이집의 비리 실태를 고발한 그는 “대한민국에 정직한 어린이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가 폭로한 어린이집의 각종 비리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는 관할 구청에 이름만 등록해두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음식을 만들거나, 아예 배달시킨 어른용 도시락 1개로 8명의 아이에게 나눠 먹이는 곳도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사 인건비를 타내기 위해 근무하지 않는 ‘유령 교사’를 등록한 뒤 실제로는 여러 개의 반을 통합해 교사 1명이 수십명의 아이를 돌보게 한다.
정부가 지원한 인건비 중 일부를 해당 교사가 ‘토해내도록’ 한 뒤 원장 개인이 받아 챙기기도 하고, 아예 한달에 10만~20만원에 교사 자격증만 빌린 뒤 자격이 없는 시간제 교사를 헐값에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씨는 “정부의 아이사랑 보육포털에선 어린이집 담임교사가 실제 등록된 교사인지 유령교사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어수업 등 각종 ‘특별활동’ 시간을 만들어 보육료 외의 추가 비용을 현금으로 받은 뒤 외부 업체에서 특별활동 교사를 싼 값에 고용해 중간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 보육료가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자 아동을 어린이집에 허위 등록한 뒤 학부모와 지원금을 나누기도 한다. 이씨는 “집에서 직접 보육하는 아동은 지원비가 20만원인 반면 어린이집 지원금은 75만원(0세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지원금을 반씩 나눠 가져도 35만원이 넘는다”며 “노골적으로 둘째 아이를 허위 등록해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100명 중 6~7명”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횡령 수법은 역대 정부의 정책과 관리감독을 비웃듯 다양하게 발전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엔 인가받은 정원 외에 원생을 추가로 모집해 이득을 취했고, 노무현 정부때는 국고지원금 외에 학부모로부터 받는 돈도 점검대상에 포함되자 외부 업체에 지불한 금액을 부풀려 영수증을 처리하는 방법을 썼다. 이명박 정부때는 ‘모든 기금은 카드나 통장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원장이 업체 통장과 도장을 직접 관리하며 업체의 대금 일부를 빼내 사용했다. 최근에는 업체 통장에 송금한 돈을 업체로부터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이 비리와 횡령을 일삼는다”고 말했다. 민간어린이집은 국내 어린이집의 94%를 차지한다.
이씨는 “어린이집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개인 돈을 들여 어린이집을 개원해도 급여 이외의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라 어린이집 원장들이 각종 횡령을 통해서 돈을 챙기고 있다”며 “정부가 어린이집의 불투명한 회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병폐가 고쳐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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