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혼 계획 밝히며 굳은 각오
SK "합당한 대우 전제 이적 동의"
SK 에이스 김광현(26)이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선언했다.
김광현은 29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팬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은 나는 운이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걱정이 된 나머지 밤잠을 설친 것도 사실이지만 더 큰 무대를 향해 첫 걸음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2007년 SK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김광현은 2008년 투수 2관왕(다승ㆍ삼진)을 차지했고 2009년 평균자책점 1위, 2010년에는 최다승을 거뒀다. 이후 2년간 어깨 부상 탓에 주춤했지만 지난해 10승(9패)을 거두며 부활 기미를 보였고, 올 시즌 13승(9패)을 수확했다. 또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구단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췄다.
김광현은 “어린 시절 박찬호 선배를 보며 꿈을 키웠고, 박찬호기 야구대회처럼 나도 메이저리거가 돼 김광현기 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며 “왼손이라 랜디 존슨을 보며 큰 무대를 꿈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고 싶은 팀은 단 하나,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이라며 “죽을 힘을 다해 던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모두 붙어보고 싶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과연 유인구를 던졌을 때 속을지, 직구의 힘으로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호기심도 나타냈다. 선호하는 리그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를 꼽았다. 김광현은 “난 방망이를 치고 싶다”며 “부상 위험도 있지만 야구를 즐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치고 달리는 걸 정말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해 성공 사례를 남긴 류현진(LA 다저스)에 대해서는 “현진이 형이 길을 잘 닦았고, 나는 또 하나의 길을 닦아야 하는 선수”라며 “현진이 형은 마운드에서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공 하나 하나가 모두 좋다. 내 장점은 어깨가 괜찮아지면서 4일 로테이션을 돌 수 있는 체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진이 형에게 여러 조언을 꼭 듣겠다”면서 “체인지업을 배워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인트루이스의 명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고객으로 둔 MDR매니지먼트의 멜빈 로만을 에이전트로 선임한 김광현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매일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마음으로 하겠다”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2월에 결혼한다”며 “가장이라는 큰 임무를 맡아 책임감도 더욱 생기고 미국에서도 안정을 찾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임원일 SK 대표와 민경삼 단장 등이 참석해 김광현의 도전을 응원했다. 임 대표는 “에이스가 떠나면 구단은 손실이지만 국위 선양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진출에 동의하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SK는 내달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김광현의 포스팅을 공시할 예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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