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 디자인이 들려주는 생활의 발견을 담은 책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의 작가 김기연이 삶의 발견이 담긴 책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로 독자를 만난다.
카피라이터이자 아트디렉터이며, 때로는 캘리그래퍼이기도 한 김기연은 여행을 통해 독특한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가 음악이야기가 아니듯,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은 여행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분명 여행에서 시작되었지만 여행은 없다. 풍경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람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지나가는 바람, 떨어지는 나뭇잎, 골목길에 서 있는 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작가는 풍경을 통해 자연과 마주섰고 그들과 소리없는 대화를 나눴다. 풍경에 자신을 던져놓고 아프지만 그대로 품었던 삶을 이야기하고, 뜨거웠지만 어렴풋해진 사랑을 속삭인다. 풍경과 하나되는 동시에 풍경과 인생의 중첩점을 발견한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풍광에 여백이 없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 꼭 들러야 할 맛집과 명소만이 가득하다.
아등바등 지나쳐 가는 우리의 삶이란 무엇일까. 가을이 오면 늘 이런 질문 하나쯤 마음에 품게 된다. 거짓말처럼 되돌아가고 싶은 날의 풍경이 우리 삶에 있기나 할까. 가을이 오면 유독 생각이 깊어진다. 책 한 권을 벗 삼아 홀로 길을 떠나고 싶을 때, 김기연의 산문집 ‘삶은, 풍경이란 거짓말’은 은은하게 곁을 채울 듯하다.
“나는 여행을 다녔다기보다는 예상할 수 없는 것들과 마주 서서 언어를 생략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내 삶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사소하게 가만히 들여다볼 마음을 얻었다. 그 가운데서도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아픈 사랑과 마음들이었다”는 작가의 말은 빡빡한 하루를 잘 견디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안이자 격려다.
김기연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256쪽 1만3,800원
김지곤기자 photo@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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