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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아동노동자 1억6800만명 넘어… 절반이 위험 노동

입력
2014.10.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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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평화상 받은 印 사티아르티… 매년 인도 아동 15~20만명이 싼값에 노동 내몰리는 실태 고발

한국은 어떻게… 우즈베키스탄 아동 노동에 연루된 대우인터내셔널, 나이키와 거래 중단

삼성도 中서 아동 노동 관련 구설수 "한국도 개선 노력 꾸준히 해야"

보따리와 도구를 챙겨 일터로 향하고 있는 인도의 아이들. AP 연합뉴스
보따리와 도구를 챙겨 일터로 향하고 있는 인도의 아이들. AP 연합뉴스

인도 동부 비하르주 카티하르역에 멈춰있는 열차는 씻지 않은 아이들과 찌든 소변 탓에 악취로 가득하다. 차내를 가득 메운 소년들 때문에 숨막힐 듯한 열차의 복도 끝에서 있던 한 꼬마가 긴장한 듯 그 자리에서 소변을 봐버린다. “걱정 말라”는 어떤 어른의 위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눈을 깜빡이며 우두커니 서 있던 소년들을 태우고 떠나는 풍경은 이 역의 일상이다.

인도와 네팔 국경 지역인 비하르주는 인도 내 ‘아동노동자 거래’시장의 중심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단 돈 1,000루피(1만7,000원)에 팔린다. 대부분 빈곤 때문에 가족에게 노동현장으로 내몰린 아이들이다. 인도는 매년 15만~20만명의 아동이 이런 시장에서 거래된다. 아이들은 카펫을 만드는 단순노동에서부터 농업, 마약 운반, 전쟁 등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

● 고위험ㆍ장시간 아동노동은 세계 문제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는 1980년 ‘바치오 바차판 안돌란(BBAㆍ아이들을 구하자)’이라는 인도의 아동인권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30여년 간 이렇게 노동현장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구해왔다. BBA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이곳 카티하르 기차역에 남겨진 아이들을 데려다 부모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다. 사티아르티는 지금까지 8만여 아이들을 강제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육 및 자활기회를 준 공로를 인정 받았다.

사티아르티의 수상은 외면 받던 아동노동의 현실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전세계 5~17세 아이들 중 노동 인구는 1억6,800만명을 넘는다. 2000년 2억4,500만여명이었던 데 비하면 3분의 1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아동 10명 중 1명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아이들이 노동현장에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놀랍게도 대부분 부모의 강요에 의한 것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 목적으로 일터에 내몰렸으니 충분한 임금을 기대하기란 애초 어렵다. 노동환경 역시 대부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조마조마한 아이들이라 안전사고 등 위험을 필수로 떠 안는다.

이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노동 현장은‘농업’. ILO에 따르면 전세계 아동노동자의 60%(약 9,800만명)가 농업ㆍ어업ㆍ식림업 등에 종사한다. 전쟁터라는 최악의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아동도 많다. 17개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수 천명의 아이들이 휩쓸려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 군인이 돼 직접 싸우거나 요리사, 운반수, 스파이 등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자 아이들의 다수는 위안부가 돼 학대 당한다. ILO 아동노동철폐국제계획 선임법무관인 노구치 요시에(野口好惠)는 “고위험, 장시간의 아동노동은 여전히 난제”라면서 “전세계 18세 이하 아이들 8,500만명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노동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노동 문제를 빈국의 문제로 여겨 세계적 이슈가 되지 못하는 점도 적잖은 문제다. 미국 등 소득 수준이 중상위인 나라의 아동노동 인구도 전체의 15%에 이른다. 지난 5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버지니아주 등에서는 많은 수의 7세 이하 어린이들이 담배 농장에서 일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HRW는 “이들이 니코틴 중독 등의 환경에 놓여있다”며 “미국 정부는 아동노동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미국인들은 자국에서 아동노동이 수년 전에 금지된 것으로 믿고 있지만 연방 법과 규정은 부모가 허락만 하면 아이들이 어떤 농장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기업의 아동노동 착취 문제도 여전하다. 지난 1998년 12세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라이프지에 실린 후 아동노동 착취와 관련한 보도가 잇따른 뒤 나이키가 결국 대규모 적자를 낸 일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애플 본사 공장 11곳에서 106명의 아이들이 일한다는 조사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애플 공급업체에서 16세 이하 아이들이 74명이나 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미얀마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 AP 연합뉴스
미얀마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 AP 연합뉴스

● 국제사회ㆍNGO 아동노동 근절 운동 전개

ILO 협약은 아동노동 철폐를 위해 제138조 ‘최저연령 협약’(1973년)에서 고용 최저연령을 15세 미만으로 정했다. 이후 아동노동 근절 목소리가 높아지자 1999년 제182조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금지 협약’을 비준했다.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가혹노동(노예제, 매춘, 마약 밀매, 무력 분쟁 등)을 금지시킨 것이다.

그래도 여전한 아동노동을 없애기 위해 관련 NGO들은 각국에서 다양한 운동을 전개 중이다. BBA는 인도에서 아동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해당 사업장을 상대로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남아시아의 카펫 공장들을 조사해 14세 이하 아동을 고용하지 않고 직조공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업체에 ‘러그마크(Rugmark)’ 인증을 해 아이들이 만들지 않은 제품이 더 잘 팔리도록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BBA는 ‘위험한 환경에서만’ 14세 미만 노동을 금지하는 인도 법률을 14세 미만 아동노동 전면 금지로 바꾸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인도처럼 아동노동 문제가 심각한 방글라데시에서도 NGO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5~17세 아동 740만명이 일하는 방글라데시의 현실을 감안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 중이다. 이들은 일하는 아이들이 부모와 연락을 지속하고, 장기간 노동 때문에 교육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활동가 마이클 맥그래스는 “아이들의 생활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아동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며 “일 년에 한 번씩 집에 들를 수 있게 하고 여러 마을에 교육 센터를 꾸려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유니세프가 유해한 아동노동을 줄이기 위해 1996년부터 해당 가정에 직접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돈을 받는 가정은 아이들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브라질에서는 10년 새 아동노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 같은 정부, NGO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사회가 협력도 중요하다고 보는 ILO는 2002년부터 매년 6월 12일을 ‘아동노동 반대의 날’로 정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한국도 아동노동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해

아동노동 이슈와는 비교적 동떨어져 보이는 한국도 착취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국제 NGO들은 2년 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아동노동으로 착취한 면화를 대우인터내셔널 우즈베키스탄 면방직 공장에서 구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불매운동을 벌이자 대우인터내셔널은 부산 공장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나이키로부터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았다. 나이키는 불매운동이 중단되도록 하지 않으면 거래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했고, 결국 대우인터내셔널은 부산 공장을 매각하고 말았다.

지난 8월에는 삼성전자가 아동 노동자 불법 고용 의혹으로 거래를 중단했던 중국 협력업체와 다시 손 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둥관신양 공장에서 7월에 16세 미만 노동자 5명이 불법으로 일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중국 당국 조사결과 이 업체가 16세 미만 아동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협력업체와 재계약했다. 당시 일부 NGO 단체들과 외신은 ILO 협약 제182조 비준국인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남상은 국제사업본부 옹호사업팀장은 “국내는 아동노동 관련 이슈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아동노동에 우리 기업이 연루된 것 등을 생각하면 아동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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