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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연애하고 싶어요!

입력
2014.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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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막는 사회

초식남ㆍ육식녀 횡행

일자리로 연애본능 회복을

연애는 본능이다. 생물학적 타이밍을 따지지 않아도 혈기왕성한 청년의 연애욕구는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짝을 위해 신경이 곤두서도 뭐라 할 것은 없다. 모두가 이렇게 연애기를 거치며 인생을 살아왔다. 다만 더는 아닌 듯하다. 연애실종을 뒷받침하는 적잖은 정황증거 탓이다. 연애하기 힘든 시대의 개막이다. 정확히는 연애할 수 없는 시대환경이다. 연애를 막는 거대장벽은 견고하고 또 공고하다. 만나고 헤어지는 청춘의 연애특권은 조만간 사라질 찰나다.

청년의 연애능력과 의지가 확연히 줄었다. 안타까운 건 연애의지다. 그들은 연애하고 싶다. 간절하다 못해 애절한 연애동경은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연애능력의 부재다. 빈곤해진 지갑사정이다. 연애를 불허하고 경계하는 환경의 압박은 원망스럽다. 연애본능을 거세시킨 외부, 강압, 일방적 박탈환경은 짜증스럽다. 방법은 없다. 연애본능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구애는 줄고 결별은 잦다. 비루한 현실이 풋풋한 연애를 가로막는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연애본능을 회복하는 열쇠는 결국 ‘돈’이다. 청년에겐 ‘졸업→취업’의 완결성이 관건이다. 재도전이 불능인 사회답게 창업도전은 후순위다. 인생전체를 따라다닐 패배의 낙인이 두렵다. 그럴싸한 회사 명함을 갖는 게 최선이다. 예비사회인에게 취업성공은 유일무이의 절대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년은 짝보다 책을, 이성보다 스펙을 챙긴다. 있는 상대조차 정리해야 할 판이다. 사귀겠다면 죄인임을 자처해야 할 판이다. 취업준비생에게 연애는 불효와 갈등의 유력한 불씨다.

취업하면 달라질까. 취업 이후를 좇아 본능마저 억눌렀건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커플여부는 취업성패가 결정적인 건 맞다. ‘무직=솔로’가 ‘취업=연애’로 치환된다. 본능을 참고 미루며 조건 완비에 매진하는 까닭이다. 다만 미룬다고 본능이 실현되진 않는다. 팍팍한 직장생활과 고만한 봉급수준은 연애 장벽의 또 다른 진입한계다. 산 넘어 산이다. 이땐 결혼전제가 많아 연애결정이 더 신중해진다. 연애 격차도 심화된다. 같은 봉급쟁이라도 운명은 엇갈린다. 역시 ‘돈’ 문제다. 학생시절 절대빈곤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상대빈곤으로 옮겨졌다는 점만 다르다. 결혼격차의 출발이다.

연애불능의 파급 영향은 위협적이다. 심리가 바뀌니 행동이 변하는 건 당연지사다. 본능에 직결되는 성징(性徵)약화가 한 예다. 탈성(脫性)적 중성화다.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 경향의 심화다. 연애본능의 포기압력이 낳은 불편ㆍ불안한 변화풍경이다. 총각의 근육ㆍ외향성과 처녀의 감정ㆍ내향성의 퇴화 징조다. 뚜렷해진 건 온순해진 총각, 용감해진 처녀다. 전통적인 성역할과 고정관념은 퇴색된다. 일본은 이를 ‘초식남ㆍ육식녀’로 부른다. 저성장ㆍ고령화에 따른 ‘제조→서비스’의 비중 역전도 한몫했다. 청춘 경제력의 남녀역전이다.

성징약화는 연애양상까지 바꿔버린다. 가난한 총각은 활발한 처녀가 곤혹스럽다. 처녀도 부담스럽긴 똑같다. 구애가 힘들거니와 고백해도 오래가기 힘들다. 사랑이 전부라지만 연애비용은 현실적 문제다. 위축되고 수축되면 잘될 리 없다. 지갑사정이 연애 항로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돈 없는 데이트는 완성되기 힘들다. 냉엄한 현실인식은 곧 전염된다. 대학신입생의 이성교제 선택기준 중 1위가 경제력이라는 설문결과도 있다. 성격은 그 다음이다. 경제력이 연애성패의 최대변수인 셈이다. 하물며 ‘연애→결혼→출산’의 가족구성은 불문가지다. 연애불능이 갖는 부정적인 확장효과의 절정사례다.

본능은 바꿀 수 없다. 본능에 거스르면 오래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강제하고 압박하면 부작용만 커진다. 본능 발휘의 보류와 포기 비용은 사회전체로 전가된다. 사적 연애가 공적 사회를 쥐락펴락할 수밖에 없다. 본능은 지켜지도록 배려될 필요가 있다. 본능회복 방법은 하나뿐이다. 취업이다. 질 높은 일자리로 장기적ㆍ안정적인 근로소득이 확인될 때 본능은 발휘된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와 지원신호를 마련할 때 청년의 미소는 회복된다. 청년은 지금 연애하고 싶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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