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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 대비한 법제 정비 시급하다

입력
2014.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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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놓고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중국이 홍콩의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 보통선거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중국은 서구의 전형적인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홍콩기본법에 규정된 2017년 홍콩 행정수반 선거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다.

홍콩기본법은 1990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됐다. 1국가 2체제 원칙, 내정을 담당하는 행정장관 선출 및 입법기구 구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홍콩기본법은 행정장관 선출에 대해 “홍콩특별행정구의 상황과 점진적 순서의 원칙에 따라 규정하고, 최종적으로 대표성 있는 추천위원회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천한 뒤 보통선거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점진적 순서의 원칙이 무엇인지, 민주적 절차가 어떤 것인지 등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2, 3명의 후보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 점진적 순서의 원칙에 따른 민주적 방식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인사 중에서 선택 해야만 하는 선거는 민주적 방식, 진정한 보통선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점진적 순서, 민주적 절차 등 기본법 상의 문구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해석이 결국 갈등의 진정한 원인인 것이다.

물론 통일이 아닌 반환의 형식을 띠고 있는 중국과 홍콩은 남북한 통일의 모습과는 다르다. 그러나 관련 법제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못할 경우 법 해석을 둘러싸고 언제든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홍콩의 갈등 상황은 통일에 대비한 법제 정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법은 헌법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에는 통일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물론 통일 관련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을 유발한 홍콩 기본법에 비해 더욱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서독은 통일 이전 상세한 통일 조항을 규정했다. 서독은 기본법 제23조에 서독 연방으로 동독이 편입하는 방식과 제146조에 새로운 헌법을 제정해 통일하는 방식 등을 마련했다. 우리 헌법상 통일 조항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것이다.

중국과 홍콩 간 갈등 원인인 선거에 대한 법규도 미흡하다. 통일 이후 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독일식의 연방국가로 갈 것인지, 입법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 통일 후 북한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법규도 마련돼 있지 못하다. 해방이전 토지 소유자에게 권리를 인정해줄 것인지, 만약 그 토지가 몰수됐다면 소유권 자체를 돌려줄 것인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할 것인지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통일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형사범죄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시급하게 규정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해방 이후 북한 정권에 의한 불법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지가 문제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동독의 형사법을 적용하는 제한적인 처벌 방식을 도입했고, 남아공은 용서와 화해에 중점을 둔 제한적 사면 유형을 채택했다. 나아가 범죄의 공소시효는 어떻게 할 것인지, 남한의 법을 적용한다면 즉시 적용할 것인지, 유예기간을 둘 것인지 등 통일을 대비해 정비해야 할 법제는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독일은 통일 이전 통일을 대비해 각종 법제를 정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흡한 법 규정 개선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홍콩 또한 중국으로 반환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기본법 등의 해석을 놓고 빈번하게 충돌하고 있다. 통일 후 남북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혼란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 그 준비는 법제 정비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허 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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