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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단청 망친 장인 불구속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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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단청 망친 장인 불구속 입건

입력
2014.10.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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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료·접착제 써 인건비 횡령, 검증 소홀 공무원 등 총 13명 입건

"MB임기 내 서두른 정부 책임 커"

2008년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단청마저도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청장은 화학안료와 접착제를 사용했고 담당 공무원과 감리자는 점검을 하지 않은 총체적 부실로 밝혀졌다. 목재와 기와가 갈라지고 단청까지 떨어지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에는 전통기법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공사기간만 단축하려 했던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숭례문 단청공사를 하면서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와 접착제를 쓰고 인건비를 챙겨 추가 비용이 들게 한 혐의(사기ㆍ업무상 배임)로 홍창원(58) 단청장과 제자 한모(48)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홍 단청장의 기법을 검증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최모(55)씨 등 문화재청 공무원 5명, 감리를 소홀히 한 혐의(배임)로 이모(55)씨 등 감리사 2명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요무형문화재인 홍 단청장은 2009년 12월 문화재청이 발주한 숭례문 복구공사 단청분야 장인으로 선정됐다. 홍 단청장은 호분(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흰색 안료) 색이 잘 나오지 않고 단청이 떨어지지 않게 안료에 배합한 아교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엉겨 붙자 꼼수를 부렸다. 화학안료를 20% 섞고, 아교에 화학접착제를 첨가한 것이다.

이렇게 부실 시공된 단청은 2012년 12월 완공한 지 3개월 만에 벗겨지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올해 8월까지 숭례문 517곳에서 단청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단청을 벗겨내고 새로 칠하는 데는 최소한 11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홍 단청장의 기법에 대해 안정성 검증도 하지 않았다. 복구자문단은 홍 단청장의 기법이 대기오염과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 내부까지 비가 들이치는 숭례문 환경에 적합한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공무원들은 묵살했다. 감리사들은 안료 배합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입회, 확인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

조사결과 홍 단청장이 전통 단청기법을 사용한 경험은 스승인 만봉스님의 부산 금정산성 남문 단청공사에 1970년대 초 잠시 참여했던 것이 전부로, 이마저도 단청이 벗겨져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단청장은 재료를 막자사발에 갈아서 사용해야 하는데도 믹서기를 이용하는 등 인건비를 줄여 단청 공사비 7억3,500여만원 중 3억9,000여만원을 챙겼다.

이 같은 부실은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잡은 것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복구공사기간 2년 10개월(2010년 2월~2012년 12월)도 짧지만 단청공사는 5개월(2012년 8~12월)로 특히 촉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시한 압박에 홍 단청장이 화학안료를 섞었고, 문화재청도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은 “전통기술에 대한 연구가 선행됐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임기 안에 공사를 끝내라고 압박한 것이 문제였다”며 “공사를 맡은 장인들까지 이권을 노리면서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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