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의 연 3% 이상 이자를 주는 고금리 적금이 과도한 카드 이용 실적 요구와 불입금액 제한 때문에 실제 이자소득은 다른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울 뿐인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28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농협, IBK기업, SC 등 8개 시중은행에서 시판 중인 16개 정기적금 금리를 조사한 결과 1년제 기준 연 3% 이상 금리를 주는 상품은 16개였다. 이 중 우대금리를 제외한 기본금리가 3% 이상인 적금은 단 1개였고 나머지는 급여이체, 공과금 납부, 주식거래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특히 6개 상품은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이용 실적을 채워야 은행 측이 제시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5% 이상 고금리를 내세운 ‘KB굿플랜적금’, ‘부자되는적금세트’, ‘우리함께행복나눔적금’ 등 3개 상품은 연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카드실적을 요구한다. 월 불입액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제한해 카드 이용액을 수백만원 늘려도 이용자가 추가적으로 손에 쥐는 이자는 연간 몇 만원에 불과하다.
SC은행 ‘부자되는적금세트’의 경우 신용카드는 매달 30만원 이상, 체크카드는 매달 50만원 이상 사용해야 연 6.5% 금리가 적용된다. 문제는 이 금리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월 적립금액이 1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신용카드를 연 360만원(체크카드 600만 원)이상 결제해서 세후로 1년 뒤에 받는 이자는 고작 3만5,743원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우리함께행복나눔적금’도 우대금리 3%포인트를 더 받으려면 연간 카드 사용실적이 전년도보다 250만원 이상 많아야 한다. 게다가 최고금리 5.7% 중 1%포인트가 자동 기부돼 소비자가 실제 받는 이자율은 연 4.7%에 불과하다. 월 20만원을 불입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도 기본금리와 이자 차이가 약 2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고금리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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