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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3후보 반기문

입력
2014.10.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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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는 2006년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40%를 넘은 각광받는 제3후보였다. 상당기간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대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스스로 느끼기에 역량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였으나 권력의지가 크지 않은 때문으로 비쳐졌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무당파 제3후보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92년 정주영 박찬종, 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 2007년 문국현, 2012년 안철수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정당의 막강한 조직력 앞에 모두 무너졌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다시 제3후보론이 나오고 있다. 39.7%로 다른 후보군 지지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반 총장의 차별화된 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해석이 많다. 20대 지지율이 45.7%로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안철수 현상’이 ‘반기문 현상’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충청 대망론’이 결부돼있다.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충청도 주민들이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 그러나 ‘반기문 한계론’도 적지 않다. 비정치인의 제도정치권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반 총장 본인의 권력의지도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반 총장을 만났더니 ‘몸을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박 핵심들이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 총장을 띄운다는 얘기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 언제든 제3의 인물을 영입해 경쟁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김 대표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 개헌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 하는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되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외교ㆍ국방 같은 외치,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권력구조라면 반 총장의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여야 모두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는 데다 반 총장의 중도적 정치성향으로 양쪽에서 러브콜을 할 수도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에 당선됐던 유엔 사무총장 출신의 쿠르트 발트하임이 될까, 아니면 ‘제2의 고건’이 될까.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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