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를 반 인도주의적 범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북한인권 상황 보고서’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3위원회 인권상황 조사결과 보고를 하루 앞둔 27일 미리 공개한 초안 형태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및 유럽연합(EU)ㆍ일본이 작성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에서 주장하는 핵심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ICC 회부를 주장하는 한편, 북한 인권 침해와 관련해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을 겨냥한 제재를 촉구했다. 조선인민군과 인민보안성 등이 노동당과 국방위원회, 궁극적으로 최고 지도자를 대신해 반 인도주의적 범죄를 자행한 증거들이 수집된 만큼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또 북한에 대한 선별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식량 지원 중단 등이 이뤄질 경우 북한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는 만큼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제재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를 잇따라 주장함에 따라 안보리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최대 걸림돌은 중국이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23일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하는 것은 한 국가의 인권상황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반대할 경우 안보리는 ICC에 회부할 수 없다.
북한도 강도 높은 제재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례없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하지 않으며 정치범 수용소도 없다는 내용의 자체 인권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한 데 이어 북한 인권과 관련한 자체 결의안을 만들어 유엔 총회에 상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불구,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EU와 일본이 만든 결의안 초안은 문구 수정 작업을 거쳐 31일까지 3위원회에 제출되며 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유엔 총회에 상정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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