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소통의 큰 축이 된 지 오래죠. 남다른 안목과 친근한 매력으로 온라인 세상을 주름잡고 있는 ‘소셜 스타’를 한국일보닷컴에서 격주로 만나보세요. 정보와 삶이 녹아 있는 기획 인터뷰 ‘눈(SNS)사람’입니다. 디지털스토리텔링 인터뷰는 interview.hankookilbo.co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깔깔깔"
'아, 그 분이 왔구나.’ 얼굴을 마주하기 전부터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애교 섞인 콧소리로 늘어놓는 쉴 틈 없는 수다에 매력만점 눈웃음까지. 홍진영(29)의 모습은 방송에서 보던, 그늘 없는 얼굴 그대로였다. 얼굴에 그늘이 없다고 해서 인생에도 그늘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수의 꿈을 안고 밟은 서울 땅은 차갑고 혹독하기만 했다. 세상 모르던 시절 발을 들인 연극 판에선 어긋난 목표점과 텃세에 눈물 흘렸고, 마이크를 잡기 전까지 몸 담았던 기획사 두 곳은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걸그룹 도전 3수 만에 겨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스완’도 마찬가지였다. 데뷔 두 달 만에 돌연 해체가 결정돼 또 다시 ‘백조’가 됐다.
연속되는 실패에 불안감은 엄습했다. 하지만 가수라는 목표를 버릴 수는 없었다. 트로트 가수를 하기 싫어 지금의 기획사 대표를 반 년은 피해 다녔지만, ‘이왕 칼 뽑은 거 무라도 썰어보자’는 마음으로 녹음실에 들어섰다. 그 때 받아 든 노래가 지금의 홍진영을 만든 ‘사랑의 배터리’였다. 시련을 딛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 그녀는 어떤 새로운 꿈을 품었을까, 그리고 청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어느 토요일 아침, 청담동의 한 카페에 모여 '인생 중간점검'시간을 가져봤다.
Mon. 힘든 청춘들, 그래도 웃어요
Q. ‘홍진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 없이 밝은 모습이지만, 연예계 생활의 출발점은 비포장도로였다.
A.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서울 생활은 고난 그 자체였다. 신생 매니지먼트사에서 연극부터 시작하자고 해 극단 생활을 하게 됐는데, 1년 동안 쉼 없이 무대에 섰다. 하지만 난 노래가 하고 싶었다. 뮤지컬이라면 몰랐을까, 연극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추운 겨울날 포스터를 150장씩 붙이러 다니기도 했고, 극단 언니들은 차가운 물에 설거지를 시키기도 했다. 지방에서 올라 온 스무 살 신입을 향한 텃세도 굉장히 심했다. 평생 울 거 그 때 다 운 것 같다. ‘이 길은 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년 만에 그만 뒀다. 그래도 부모님에겐 힘든 내색 한 번 안 했다. 걱정하실 모습이 눈에 선했으니까.”
Q. 교수 아버지를 둔, 흔히 말하는 ‘괜찮은 집안의 막내딸’은 왜 사서 고생을 한 건가?
A. “어렸지만 내 목표는 분명했다. 중학교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다. 성공하면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와 꼭 선생님 찾겠다고 호언장담 할 정도였다. 물론 공부를 더 하길 원하셨던 부모님의 반대가 컸지만, 공부를 놓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도전을 허락 받았다. 연예계 활동을 하며 박사 과정까지 밟게 된 이유다.”
Q. 사서 했던 고생은 큰 도움이 된 것 같나?
A. “정말 큰 힘이 된다. 요즘도 가끔 바쁜 스케줄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그 때 고생했던 생각을 한다. 잠을 많이 못 자고 피곤해도 ‘아, 이건 행복한 피곤함이야’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Q. 사실 요즘 청춘들은 실패가 두렵기도 하고, 취직을 해도 힘들어 한다. 누나로서, 언니로서 청춘들에게 조언하자면?
A. “비록 지금 힘들고 미래가 캄캄해 보여도 '언젠가는 꼭 될 것'이라는 간절함을 가지고 달려갔으면 한다. 나부터도 그랬다. '스완'만 잘 알려졌지만, 이에 앞서 '핑크스파이시' '클럽진' 등 그룹 활동도 실패를 맛 봤다. 잘 풀리기 시작한 게 고작 2년 정도다. 그 전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지만‘난 왜 안되지?’‘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웃었던 때가 많다. 많이 웃는 삶을 살아라. 주변에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을 보면 많이 웃던 사람들이다. 웃으면 뭐가 돼도 된다.”
Tue. 바쁜 모습이 예쁜 그대
Q. ‘행사의 여왕’이다. 바빠도 행복하지 않나?
A. “솔직히 피로가 쌓이긴 한다. 그래도 참 이상한 게, 무대에 올라가거나 카메라가 비춰지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타고난 것 같다. ‘이 일을 정말 잘 선택했구나, 내 길은 이 길이구나’ 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만족하면, 그만큼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Q. 건강 걱정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A. “건강관리 비법은‘잠’과 ‘즙’이다. 몸 회복하는 데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최고인 것 같다. 평소엔 즙을 잘 챙겨먹는다. 요즘에는 포도즙을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피로 회복, 피부 건강에 좋다. 홍삼, 야채 스프도 챙겨 먹는다. 지금까지 수 많은 즙을 섭렵했다.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한다.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운동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웃음)”
Q. 바쁜 일정 마치고, 공허하거나 고독할 때는.
A. "바쁘게 살고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실 우울해야 할 시간도 없다.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자주 못 보는 게 아쉽지만, 같이 떠들고 다니는 스태프들도 있고, 자주 보지 않아도 자주 본 것 같은 친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진 않는 편이다.”
Q. 가수 활동은 물론, 예능, CF, 공부, SNS 활동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한다. 요즘은 어떤 활동에 더 신경 쓰게 되나.
A. “곧 신곡이 나올 예정이다. 컴백을 준비하고 있어 요즘엔 가수 생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살을 더 빼려고 다시 ‘1일 1식’을 시작했는데, 요즘 어머니가 보내주신 열무김치 때문에 식욕이 너무 돌아서 큰일이다.(웃음)”
Wed. 삶의 중간 점검
Q. 나이 서른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아쉬운 구석도 있을 것 같은데?
A.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절대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지고,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대 때 대학 생활을 많이 즐기지 못한 것, 마음 편히 여행을 가지 못한 것 정도다. 지금의 인기를 얻은 건 2년 정도밖에 안 됐다. 아직은 더 달려야 할 때다.”
Q. 한 번쯤 쉼표를 찍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A. “안 그래도 회사에 ‘내년 초엔 꼭 휴가를 가겠다’고 못 박아 놓은 상태다. 내년 휴가지만 벌써 얘기 해 놨다. 그 1주일 동안은 스케줄 잡지 말라고.(웃음) 트로트 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가게 되는 휴가다. 가족들과 휴양지에 가 푹 쉬고 올 계획이다.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삶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 물론 가서도 SNS는 꾸준히 할 것 같지만.(웃음)”
Thu. 피곤의 절정, 힘들 땐 이렇게
Q. 힘들 땐 주로 누굴 찾나?
A. “부모님과 수다를 많이 떠는 편이다. 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전화통화를 하면 말씀이 많으시다. 항상 내가 걱정되나 보다. 스태프들과 수다도 힘이 된다. 평소엔 방송 할 때보다 더 떠들고 더 웃는다.”
Q. SNS가 삶의 활력소인 것 같다. 굉장히 활발하던데.
A. “사실 트로트라는 장르가 ‘팬덤’ 같은 게 없다. 그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SNS를 하게 됐고, 평상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블로그를 하게 됐다. 신비주의 같은 건 원하지 않는다. 그저 친숙한 ‘동네누나’, ‘옆집언니’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SNS에서 팬들이 ‘자기 누나나 언니였으면 좋겠다’는 얘기 들을 때 그게 너무 좋다.”
Q. SNS에 올라온‘홍진영 스타일’을 극찬하는 여성 팬들도 많다. 특히 앞머리, 화장법, 패션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A. “예쁘게 나온 사진들만 올리는 거다.(웃음) 앞머리는 ‘부기맨’ 활동 시작할 때부터 내렸는데,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기분 좋다. 패션은 주로 스타일리스트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지만 가끔 입고 싶은 스타일이 있으면 이야기를 미리 해 놓기도 한다. 화장 얘기하면 속상할 때도 있다. 무대 오를 때와는 달리 예능을 할 때는 화장을 그리 짙게 안 하는 편인데도 ‘떡칠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 얼굴이 화장 조금만 해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나 보다. 정말 화장 짙게 했던 과거 사진 보면 더 놀라실 거다.(웃음)”
Fri. 놀 때는 미친 듯이
Q. 클럽에서 놀 때 ‘미친 듯이’ 노는 스타로 유명한데?
A. “클럽이든 어디든 놀 땐 항상 ‘파이팅’ 넘치게 논다. 놀 땐 제대로 놀아 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게 내 철학이다. ‘말술’ 먹게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사실 술은 약한 편이다. 맥주도 소주도 2~3잔 정도가 주량이다. 주변에선 내가 술을 못 먹는 게 제일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지만, 술 안 먹고도 얼마든지 즐겁게 놀 수 있다. 여행도 너무 하고 싶지만, 요즘은 워낙 바빠 생각하기도 힘들다.”
Q. 블로그를 보면‘출장 길’을 즐기는 것 같다. ‘휴게소 예찬’ 포스팅도 많던데?
A. “행사 때문에 지방 가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휴게소에서 쉬는 게 커다란 낙이다.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휴게소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엄청나게 큰 휴게소도 있고, 강 바람 부는 휴게소도 있고, 문화재가 있는 휴게소도 있다. 블로그를 통해 휴게소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 같다. 요즘은 ‘자율식당’에 꽂혔다. 맛있는 반찬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론 여주 휴게소 음식이 제일 맛있다.”
Sat. 아주 달달한 토요일
Q. 요즘 ‘홍진영’하면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실제 부부 이상으로 잘 어울린다.
A. “'우결'을 통해 남궁민 오빠를 만난 게 너무 좋다. '우결' PD님께 감사 드린다.(웃음) 다른 상대였다면 큰일 났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쿵짝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사실 처음엔 안 어울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같이 하다 보니 너무 잘 맞는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이젠 카메라가 있어도 없을 때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편하다. 이게 우리 커플이 사랑 받았던 이유인 것 같다.”
Q. 방송과 현실이 헷갈릴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편하다. ‘우결’ 찍을 땐 항상 재미있다는 생각이 크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면 이렇게 살면 너무 즐겁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Sun. 남의 결혼식만 갈 텐가
Q. 이제 진짜 결혼도 생각할 때 아닌가.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결혼 생활은?
A. “아직 가상결혼 생활 때문인지, 결혼이 절실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앞으로 결혼을 한다면 소나무처럼 듬직한 남자와 하고 싶다. 내 성격이 항상 밝은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힘든 때가 있다. 흔들리거나 힘들어 할 때, 옆에서 위로가 돼주는 그런 남자였으면 좋겠다. 아이가 생긴다면 무엇보다도 교육에 신경 쓰고 싶다. 아이들이 뭘 하고 싶은지를 잘 살펴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Q. 30대 이후의 삶은 어떻게 설계했나.
A.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의 주제가‘한류 문화 콘텐츠의 해외수출 방안’이었다. 논문을 쓰면서 연예계를 돌아보게 됐다. 트로트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현지 기호와 풍습을 모르고 한국 문화를 그대로 도입해서 도전했기 때문이더라. 논문을 쓰면서 미래의 목표도 함께 그렸다. 나중에는 꼭 매니지먼트사를 차려 후배들의 '트로트 한류'에 힘이 되고 싶다."
홍진영 씨의 '감기 투혼 인터뷰'에 감사 드립니다. 신곡 '산다는 건'이 지친 국민들에게 '무한 긍정 에너지'가 되길 기대합니다.
기획·글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사진
김주영 기자 will@hk.co.kr
속기 및 보조
강병조 인턴기자 (한성대 영문학과4)
박혜리 인턴기자 (경희대 사회학과4)
디자인
한규민 szeehgm@hk.co.kr
프로그래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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