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새 감독 선임을 앞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롯데 선수단은 28일 새벽 선수단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오후 5시가 넘어 담당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이어 두 번째 입장 표명이었다.
발단은 한 스포츠 매체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롯데 선수단이 최하진 대표이사를 만나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문자 메시지는 이와 관련한 것이었다. 주장 박준서는 선수단을 대표해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 감독 결사반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구단 프런트를 옹호하는 듯한 다른 언론 보도가 나오자 모든 것이 틀어졌다.
구단 프런트에 놀아난 듯한 배신감에 휩싸인 롯데 선수단은 저녁 늦게 회동을 하고 뜻을 모아 성명을 발표했다.
롯데 선수단은 이 성명서에서 당시 문자 메시지가 구단 프런트의 협박과 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구단 프런트가 반박기사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단 프런트 한 직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그에게 몰아갔다.
이 직원이 오고부터 "편이 갈리고 라인이 생기고 코치와 선수의 불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롯데 구단 내부의 잡음은 시즌 중에도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선수들은 구단 프런트를 믿지 못했고, 코치진 사이에서도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심지어 경영진이 코치진 내부와 선수단 사이에 스파이를 심어놨다는 얘기도 들렸다.
급기야 5월에는 선수단의 요구로 권두조 수석코치가 물러났고, 성적이 급전직하한 8월 말에는 정민태 투수코치가 3군으로 내려갔다.
김시진 감독은 정 코치를 보직 변경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프런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공필성 감독 대행체제를 준비했는데, 이 또한 외부로 새나갔다.
화해와 타협의 길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롯데 선수들의 프런트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골이 너무나 깊다.
롯데 선수단은 성명서에서 또 한 번 이 직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가 오고 나서 3년 동안 연봉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로 전 선수단이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롯데 선수들의 집단행동은 단순히 공필성 코치 감독 선임과 관련된 입장 표명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특정 인사로 대변되는 구단 프런트의 강압적인 연봉 협상 방식에 대한 켜켜이 쌓인 불만이 잠재돼 있다가 결국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
롯데 선수단은 성명서에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구단 프런트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 선수단은 구단 프런트와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진흙탕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과연 승자는 있을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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