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가리기 연습 중인 아이와 날마다 전쟁이다. 적당히 가릴 줄 아는데 가릴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얼러도 야단쳐도 제멋대로다. 기저귀를 벗겨 놓았는데 이불 속에 숨어든다. 지겹도록 이불 빨래를 한 터라 이불에서 못 놀게 했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변기에 소변보면 놀게 해주지, 그랬더니 냉큼 달려가 변기에 앉아 쫄쫄 거리며 일을 본다. 난 두더지야, 한다. 이불 속에 숨는 것은 두더지 놀이였나 보다. 그 후로 넌 두더지야 하면서 변기에 앉힌다. 곧잘 말을 들었다. 며칠 지나 냉면 수박 등속을 잔뜩 먹더니 또 다시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넌 두더지야, 왜 그러니? 해도 별 소용없다. 물 찬 두더지는 하는 수 없나 보다.
아랫도리 누수는 나이 드신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약을 먹어도 그 때뿐이지 별 소용없나 보다. 우리 모두는 두더지라 밤낮으로 이불을 깔고 눕고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누수를 경험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 어이없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기도 한다. 우울증과 무기력, 두통과 불면증 같은 것을 친구 삼아 우리 모두는 늙어갈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오랜 만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일도 자주 생길 것이다.
난 두더지야, 어쩐지 이 주문을 마음 한구석에 마련해두고 싶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그것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자기 주문을 하나씩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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