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씨와 사전 답사 등 함께 준비, 로비 폭로 압박 들어오자 범행"
재판부, 이권 청탁 사실도 인정
수사 때 묵비권 행사하던 김형식 "모르는 일" 눈물 흘리며 범행 부인
살인 혐의 팽씨는 징역 25년 선고
친구에게 수천억원대 재력가 살인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세상에 큰 충격을 줬던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1심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촉망받는 시의원으로 앞길이 창창했던 김 의원이 스폰서 관계를 맺었던 재력가를 청부 살해한 것은 이권 청탁이 불발되자 피해자가 로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라는 공소 사실도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됐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박정수)는 27일 김 의원의 살인교사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범 팽모(44)씨와 함께 현장을 사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고 쉽게 범행을 이행하지 못하는 팽씨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범죄를 저지르게 했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배심원으로 참석한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징역 20년(1명), 징역 30년(1명), 무기징역(5명), 사형(2명) 등 배심원의 양형 의견을 고려해 최종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김 의원과 팽씨의 통화기록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 두 사람이 유치장에서 주고받은 쪽지 3장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팽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돼 김 의원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살인교사 동기와 관련해서도 김 의원이 피해자 송모(67)씨로부터 5억2,000만원을 받은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용도변경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에서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하고 온 팽씨에게 ‘벌레 한 마리 죽였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고, 청렴과 개혁을 외치면서 스폰서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자 10년 지기 친구를 이용해 스폰서를 죽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수사 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해왔던 김 의원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변호사의 만류에도 살인교사 혐의와 관련된 검찰의 질문에 대부분 “전혀 그런 사실 없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답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신문 도중 눈물까지 보이며 결백을 주장했으며, 피고인 최종 진술에서도 울먹이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유죄가 선고되자 변호인 측은“억울하다”며 항소를 제기할 뜻을 내비쳤다. 김 의원의 변호를 맡은 정훈탁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항소심에서는 카카오톡 전문을 공개하고, 팽씨의 사생활 부분까지 다 밝혀 무죄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0~2011년 재력가 송씨로부터 부동산 용도변경을 해주는 대가로 5억여원의 금품과 접대를 받았지만 도시계획 변경안 추진이 무산돼 로비사실 폭로 협박을 받자 10년 지기 친구인 팽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7월 22일 구속 기소됐다. 김 의원측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열린 이번 재판은 예비 배심원 2명까지 포함하면 총 11명의 배심원이 참여해 6일 간 진행됐다.
한편 친구의 부탁을 받아 송씨를 살해한 팽씨에게는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살해 지시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결국 거부하지 못했고, 손도끼로 피해자를 내리치는 등 살해 방법이 잔인해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