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치러진 역사적 총선에서 세속주의 정당인 ‘니다투니스(튀니지당)’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재정권에 억눌려 오다 민주화 열망을 분출했던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튀니지마저 그 결실을 맺지 못하며 ‘아랍의 봄’이 물거품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FP와 dpa 통신 등 외신은 “26일 실시된 튀니지 총선 잠정 집계 결과, 튀니지 최대 세속주의 정당인 ‘니다투니스’가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80석 이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집권 여당이었던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는 이번 총선에서 6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당 관계자는 밝혔다. 약 90개 정당에서 1만3,000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총선의 공식결과는 다음 달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은 없을 가능성이 높아 니다투니스는 제1당을 차지하더라도 단독으로 새 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니다투니스 관계자들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니다투니스의 승리가 최종 확정되면 엔나흐다가 2011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나서 펼쳐 보인 이슬람 정치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엔나흐다는 3년 전 ‘아랍의 봄’으로 지네 엘바디지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축출되고 처음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며 2개의 세속주의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리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두 명이 암살당하면서 엔나흐다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게다가 튀니지 연정이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집권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고 엔나흐다는 결국 지난해 말 야권과 합의로 퇴진하고 과도 정부를 수립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주의 정부와 세속주의 세력 중심의 야권이 정치적 입장과 헌법 제정, 실업 등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튀니지에 앞서 올해 대선을 치른 이집트와 총선을 치른 리비아도 과거로 회귀했다. 이집트에선 6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엘시시 전 국방장관이 9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지 3년 만에 다시 군사정권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첫 민선 대통령 축출을 주도했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과도정부가 들어섰으나 이슬람주의ㆍ세속주의 정파간 대립과 각 지역 무장단체 난립으로 사실상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6월 의원 200명을 뽑는 총선에서 대부분 비이슬람계가 당선돼 의회를 구성했는데도, 이슬람주의 세력을 주축으로 한 민병대는 총선으로 구성된 의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뒤 이슬람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임시통치기구였던 총국민회의(GNC)를 재소집해 총리를 선출해 총리도 2명, 의회도 2개가 됐다. 이후 리비아 곳곳에서 이슬람주의 세력 민병대와 세속주의 세력 민병대가 무력 충돌하는 혼란한 상황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