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2명 사임 직후 정권 부양 카드, 내일까지 北의 조사 상황 파악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조사 상황을 청취하기 위해 27일 평양을 방문했다. 2004년 11월 이후 10년만에 이뤄지는 정부 관계자의 방북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성과 여부가 아베(安倍) 정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비롯, 외무성, 내각관방, 후생노동성 소속 일본 당국자 10명은 이날 경유지인 베이징을 통해 방북했다. 이들은 28, 29일 이틀간 납치 문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서대하 북한 국방위원회 안전담당 참사 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등과 만나 조사 진행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일본은 방북기간 일본인 납치 피해자, 행방불명자, 일본인 유골문제, 잔류 일본인, 일본인 아내 등 4개 분과회로 구성된 북한 특별조사위원회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실무자의 방북은 아베 총리가 정권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아베 총리가 정부 관계자의 방북을 결정한 것은 22일.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경제산업장관 등 여성 각료 2명이 20일 동반 사임한 직후다.
아베 총리는 2002,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를 따라 북한을 방문,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받고 납북 일본인 5명을 귀국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대북 문제에서만큼은 자신이 해결 자신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정권부양 카드를 꺼낸 것이다.
조사를 둘러싼 일본과 북한의 입장차가 커 난항도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한 12명의 납치 피해자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전후 재일 조선인 남편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아내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먼저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지난 달 이하라 국장에게 “납치 피해자 조사는 시작단계로 1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통보까지 한 상태다. 북한은 오히려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추가 해제를 요구하며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일본은 일단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 이상 일본인 아내 등의 정보는 정식 보고로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들에 대한 정보를 내놓은 이상 “그들이라도 먼저 데려오자”는 일본내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측이 대화노선으로 방향을 선회, 북한에 추가 양보할 경우 납치 문제를 둘러싼 일본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 아베 정권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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