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66) 대통령이 제1야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54)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서 호세프는 브라질 사상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이날 개표 결과 호세프의 득표율이 51.64%, 네비스 후보는 48.36%로 호세프가 약 300만표 앞섰다고 발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재선 확정 후 “이번 대선 결과는 더 나은 정부를 만들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단결해 줄 것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노동자당은 룰라 대통령 때부터 12년간 지켜온 여당 자리를 4년 더 유지하게 됐다. 노동자당은 이 기간 브라질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약 4,000만명을 빈곤선상에서 벗어나게 해 국민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호세프의 득표율이 낙선한 야당 후보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절반의 지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집권 2기 4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되고 있는 브라질 불황을 새 정부의 최대 장애물로 꼽는다.
브라질 경제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3%, 1.4% 수준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재정건전성 불안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경고하고 있다.
개혁 이슈도 산적해 있다. 비효율적인 행정, 국민의 과도한 세금 부담, 지나치게 노동자 위주라는 지적을 받는 노동법, 열악한 인프라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특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에 호세프 측근 정치인 수십 명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어서 정치 부문 개혁은 불가피하다.
지역ㆍ계층간 갈등 해결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떨어진 북부와 동북부 지역에서, 네비스 후보는 남부, 동남부, 중서부에서 우세했다. 남부와 동남부 지역에서도 저소득층과 빈곤층 유권자들은 대부분 호세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이 뚜렷해 지역 불문한 계층 갈등 현상도 나타났다. 국가 발전을 위한 역량을 결집하려면 이 같은 갈등 구조 해소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브라질의 외교정책은 남미를 우선하는 지금까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과 노동자당은 ‘남미 문제는 남미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 아래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남미국가연합(UNASUR) 등의 활성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에 예전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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