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소린 아니다. 한데 옹색하다. 질투가 섞였다. 자회사 적이니 견제할 법도 하다. 보수지의 손석희 공격 얘기다. 다만 예단은 안 된다. 언론 본령은 귀납이다. 눈물도 필요 없다.
“언론학 교수를 포함, 언론계에 한때 몸담았던 몇몇 인사들에게 최근 물었다. “손석희 진행자가 언론인입니까?” 돌아온 답변은 대략 이랬다. “역할은(이 부분 강조) 언론인이다.” “언론인이 아닌 것 같다.” “아나운서 아닌가?” “처음엔 아니었다가 지금은 언론인이 되었다.” 어떤 이는 “그에게는 기자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손석희라면 각종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반열에 늘 오르내리는 간판 진행자 아니던가. (…) 얼마 전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참사를 보도하며 그는 “환풍구가 붕괴하면서 25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이 안타깝게도 또 학생이었는데요…”라고 일보를 전했다. 현장 기자를 연결한 그는 “사망자가 대부분 학생 맞습니까?”라고 질문했고, 이윽고 35세 남성이 첫 사망자 신원으로 밝혀지자 “예? 당초에 이야기가 나온 것은 대부분 학생이라는 것으로…”라고 했다. (…) 사상자 신원이 모두 밝혀진 지금 추락한 인원은 27명이며, 사망자는 16명,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20세 여성으로, 고등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손석희 진행자는 가수 서태지를 인터뷰했다. 그는 마흔을 갓 넘긴 인터뷰이에게 “나와 주셨습니다” “처음이실 것 같은데”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20대 때 은퇴하셨잖아요” “말이 짧으시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등등 존칭을 이어가며 대담을 이어갔고, 인터뷰가 끝난 후 공식 트위터에 인증샷을 공개했다. (…) 인터뷰 상대에 대한 극존칭이나 친분 과시는 전체 시청자의 연령과 입장을 고려해 가급적 삼가는 편이 좋다. 기자 혹은 언론인이 무슨 자격증이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들이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는 떠다니는 소문을 확인해 뉴스를 가려내고, 의제를 설정하며,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의 출발은 정확한 보도와 사실 확인이다. (…) 손석희쯤 되는 스타급 앵커라면 소문의 바다에서 확인된 사실만 뉴스로 갈무리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 과잉 시대일수록 정확한 정보의 질은 더욱 올라간다고 했다. 비슷한 것들이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진짜’를 찾는다. 방송 진행자로 명성을 얻기는 쉽지만 언론인으로서 존경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판교 환풍구 사고 사상자 中ㆍ高生은 없었다(조선일보 ‘朝鮮칼럼’ㆍ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전문 보기
“손(석희) 씨가 뉴스를 시작한 오후 8시는 사상자 중 단 한 사람의 신원도 밝혀지지 않았던 시간이다. 그는 희생자를 학생으로 볼 어떤 근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희생자가 학생이라고 단정하면서 뉴스를 시작했다. 학생으로 추정된다도 아니었다. 그는 젊은 학생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이후에도 수차례 강조했다. (…) 사망자 16명과 부상자 11명의 신원은 사고 당일 밤 12시쯤 돼서야 다 밝혀졌다. 10대는 사망자는 물론이고 부상자 중에도 없었다. (…) 누구나 걸그룹 공연 중 사고가 났다면 학생들이 다쳤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기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예단을 갖고 현장에 접근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자라면 예단은 머릿속에만 갖고 있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취재에 들어가 보면 예단을 뛰어넘는 일이 늘 있기 때문이다. 그날 희생자를 학생이라고 단정한 방송사는 손석희 뉴스가 유일하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가 취재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다만 그는 뉴스 끝부분에 환풍구 붕괴 ‘사건’이라고 말했다. 분명 말실수다. 붕괴는 보통 사고이지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말실수에 숨은 진심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고를 사건으로 보고 싶었던 마음에 섣불리 예단을 말해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손석희만 오보한 환풍구 사고(10월 21일자 동아일보 기명 칼럼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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