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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채왕, 내가 있는 자리서 판사에 수차례 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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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채왕, 내가 있는 자리서 판사에 수차례 돈 줘"

입력
2014.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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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출신 판사의 친척에 접근 "형님"이라고 부르며 정성 들여

금품 수수한 검찰 수사관 3명엔 수사 축소 명목 수천만원씩 줘

현직 판사가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주로 이 사건의 제보자가 검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토대로 진행돼 왔다. 최씨와 과거 가까운 사이로 금품 제공 현장에 동행했던 제보자는 A4용지 7쪽 분량의 사실확인서에서 판사와 검찰 수사관, 경찰관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확인서에 따르면 최씨는 2008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변호사법 위반과 도박개장, 도박개장 방조,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 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마약 사건으로 추가 조사를 받게 되자 최씨는 자신을 구해줄 현직 법조인을 찾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최씨는 동향 출신인 A 판사의 작은 아버지인 B씨를 통해 당시 검사였던 A 판사를 소개 받았다. 확인서에는 “최씨는 B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수십 차례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정도 주면서 조카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다”고 돼 있다. “최씨는 B씨에게 좋은 점만 보여주었고, 나쁜 점을 보여주면 B씨가 손을 뗄까 봐 정성을 쏟았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B씨가 A 판사를 회유해 A 판사가 마약사건에 관련하게 됐다”고 했다. 결국 A 판사는 최씨의 마약사건 수사기록을 넘겨 받아 검토해 주는 등 여러 도움을 줬다.

검사였던 A 판사는 그 해 말 판사로 임명돼 지방발령을 앞두고 있었다. 확인서에는 “최씨는 A 검사가 판사로 임명돼 교육을 받는다고 듣고 고양시 사법연수원 앞 중국식당에서 A 판사를 만나 전세자금 명목으로 수표와 현금 등으로 3억원을 건넸다”고 했다.

또 “(최씨 집인) 여의도 아파트에 A 판사가 들렀는데 (최씨가) 1,000만원을 건네줬다”“청주에서 A 판사가 병원에 입원하자 들러서 1,000만원을 줬다”고 기술했다. 특히 “최씨가 ‘A 판사가 주식을 하면서 돈이 필요하니 너(제보자) 내가 맡겨 놓았던 돈 중 3억원을 가지고 청주로 가자’고 해서 금고에서 3억원을 꺼내서 청주로 가서 A 판사에게 건네 준 사실이 있다”고 썼다.

사실확인서에는 최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검찰 수사관 3명의 실명과 범행도 나와 있다. 최씨가 2008~2011년 자신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축소와 무마, 자신이 진정한 사건의 수사청탁 명목 등으로 수천만원씩을 건넸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장소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차량 안, 검찰청 사무실과 주차장, 수사관 집 앞 등 다양했다. 제보자는 확인서에서 “조사를 잘 받도록 해 달라며 책상 서랍 속에 1,000만원을 넣어주었다” “(소환 통보를 받자) 최씨가 급히 여러 사람을 수소문해서 수사관과 친밀한 사람을 찾았다” “제가 직접 (지인이 소개해 준) 수사관과 최씨가 통화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제보자는 경찰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최씨의 하수인처럼 행동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2001년 최씨 일당에게 사기도박 피해를 본 사업가가 이들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최씨 일당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한 뒤 몰래 호주머니에 마약을 집어넣었다. 최씨와 사전에 모의를 했던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를 마약 소지 혐의로 구속해 버렸다.

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도박하우스를 단속하여 (최씨를 알게 돼) 최씨와 깊은 관계이며 최씨 지시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명절마다 상납을 받고 안 주면 달라고 전화했다” “최씨가 ‘꼭 빚쟁이 같다’고 한 사실이 있다”는 제보도 확인서에 포함돼 있다. 최씨는 자신이 신고한 사건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고 경찰관을 음해하고 진정해서 담당 경찰이 최씨 집을 찾아가 무릎을 꿇기도 했다고 제보자는 폭로했다.

한국일보가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무죄를 선고 받거나 무혐의 처분된 경찰관들도 실제로는 최씨에게서 돈을 받았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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