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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전과 갑상선암의 관계

입력
2014.10.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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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갑상선암이다.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들이 암에 걸릴 확률은 33.8%이며, 여성 암의 30.1%는 갑상선암이다. 우리나라 여성 9명 중 1명이 갑상선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의 갑상선암 연간 증가율은 놀랍게도 23.5%에 달하고 있다.

최근 고리원전 인근주민의 갑상선암과 원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손해배상소송 1심에 대해 사업자측이 즉시 항소를 제기, 법정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1심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적 환경 기준치는 우리 국민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으로 정한 것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연관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법적 환경기준치인 1m㏜(밀리시버트)의 1%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기준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일부만 도입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가장 엄격한 기준(ICRP-60)을 적용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서도 성인들의 갑상선암의 위험 증가eh 확실히 관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과 원전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심 판결의 근거가 됐던 서울대 의학연구원에서 수행했던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역학조사 연구 결과를 보자. 보고서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반경 5~30㎞ 이내에 거주하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1.8배가 높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다고 했다. 예컨대 갑상선암과 원전의 방사선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실시한 원전 종사자 역학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반경 0.5㎞ 이내 근무하고 방사선 노출이 100배 이상 많은 원전종사자의 위험도는 방사선 노출이 없는 사무직 종사자와 비교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역학 조사 연구책임자였던 안윤옥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연구결과는 통계적인 유의미성 만을 밝힌 것일 뿐 원전에서 나온 방사선과 특정 개인의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외 역학조사에서도 원전의 영향으로 갑상선암이 발생했다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주민이 갑상선암으로 소송을 내지도 않았고 원전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바도 없다.

그렇다면 왜 서울대 역학조사에서는 여성 갑상선암만 유일하게 높게 나타났을까? 이 문제는 갑상선암은 압도적으로 여성에게 많으며, 검진기관이 많은 시ㆍ군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월등히 높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1년부터 실시된 서울대 역학조사를 비롯해 원전 주변지역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포함해 수많은 건강검진이 실시됐다. 특히 부산시 기장군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설립된 뒤 원전과 국가에서 제공하는 지역개발사업비로 부산시 기장군민의 건강증진사업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오고 있다. 그 결과 원전 주변지역 주민은 다른 원거리 지역에 비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의료검진 혜택을 많이 받아 갑상선암 발견이 증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역학적 용어로는 집단검진 또는 집중검진 효과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결과로 기장지역 주민의 암 진단률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아지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주장 근거로 인정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마치 경찰력을 엄청나게 동원해 도둑을 많이 잡았더니, 그 지역이 바로 대표적인 우범지역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과 흡사하다.

최근 갑상선암 초음파 검진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이 초음파 검사를 열심히 해서 국내 갑상선암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될 정도로까지 늘었다. 물론 원전 주변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과학적ㆍ의학적인 검토 없이 국가나 공기업이 원전 인근지역의 갑상선암 환자를 보상해 준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환자들이나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공정치 못하다.

김종순 가톨릭대 의대 방사선과 초빙교수ㆍ국군수도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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