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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봉사 20년 "요즘은 다문화 새댁 참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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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봉사 20년 "요즘은 다문화 새댁 참여 많아"

입력
2014.10.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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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나눈 김치만 10만 포기...천연 조미료 넣은 시원한 맛 인기

"한때 대사관 사모님 봉사 유행...솔직히 바쁜데 많이 불편했죠"

신순옥 새마을부녀회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신의 집에서 나눔 총각김치를 담그고 있다.
신순옥 새마을부녀회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신의 집에서 나눔 총각김치를 담그고 있다.

신순옥(68) 성북구 새마을부녀회장은 22일 총각 김치를 담그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회장 김치 팬’이라는 이웃 마을의 맞벌이 새댁에게 줄 김치다. 신 회장은 시ㆍ구 공식 기장행사 외에도 이렇게 틈틈이 적은 양이나마 직접 담근 김치를 이웃과 나눠주고 있다. 매년 신 회장의 손을 거치는 김장 김치가 5,000포기가 넘는다. 20년 동안 해왔으니 지금까지 10만 포기의 ‘나눔 김장’을 해 온 셈이다. 김장뿐 아니라 이주 여성에게 고추장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밑반찬 나누기 활동도 한다.

신 회장의 김장 봉사는 1990년대 초반 시작됐다. 마을 새마을부녀회에서 선발한 회원에 뽑혀 한 것이 20년 김치 봉사의 출발점이 됐다.

신 회장의 김치는 엿기름과 당귀 술, 고추씨 등 천연 조미료를 넣어 짜지 않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어려운 이웃들은 물론, 신 회장의 김치만을 고집스레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는 김장 봉사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했다. 구 성북구청(삼선동)은 청사 마당이 매우 넓었는데, 산지에서 배추를 들여와 직접 절이고 배추 속까지 만들어 김치를 담갔다. 당시는 변변한 작업용 테이블 하나 없어 온 종일 바닥에 주저 앉거나 웅크리고 앉아 김장을 담가 그야말로 ‘생고생’이었다. 특히 ‘호랑이 시어머니’라 불리는 새마을회장들은 조금이라도 손놀림이 서툴면 “다음엔 빠져라. 방해되니 오지 말아라”라며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그러다가 2009년 4월 지금의 신청사로 옮긴 뒤로는 아예 절인 배추를 들여와 배추 속만 넣으면 되도록 간편해졌다. 김장 전용 테이블도 설치됐다.

그는 2000년대에는 ‘높은 분들의 김장’이 유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각국 대사관저 39개가 밀집해 있는 성북구는 ‘○○대사 부인의 김장 봉사’가 특히 많았다. “김장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옆에서 하나하나 도와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김장을 담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죠.”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 새댁 등 외국인 주민들의 참여가 많이 늘었다.

2005년에는 집 마당에서 배추를 절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남편이 커다란 무화과 나무에 올라가 비닐로 지붕을 만들려다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기도 했다. 화가 난 남편이 “대체 누구 좋자고 이러느냐”고 해 부부싸움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남편이 신 회장의 ‘김치 나눔’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다.

신 회장은 “남편이 가끔 ‘김장 봉사 조금만 덜 했으면 부자 됐을 것’이라고 농담하는데, 봉사로 마음이 넉넉하니 부자 아니냐고 대꾸한다 ”며 웃는다.

신 회장은 자신의 김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한 나눔 김장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개운산 신년 해돋이 행사에서 떡 나누기도 함께 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있어요. 나눔 활동은 나누면 나눌수록 내 기쁨이 커지는 신기한 일입니다. ”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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