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기명 투표에 부쳐… 3분의 2, 만장일치 중 선택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26일 선체 인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벌였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하는 것은 처음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23일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수색의 최후 수단으로 선체 인양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3일 만이다.
실종자 가족 대책위와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여부를 논의하는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수중 수색을 지속할 것인지, 인양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의사를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양 결정 정족수를 정하는 방식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실종자 10명을 기다리는 전체 9가족 중 3분의 2 이상 찬성하는 다수결 방식과 만장일치로 결정하자는 두 가지 안이 제출돼 있다. 가족들은 어느 쪽이든 합의가 도출되면 27일 의결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배의철 세월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은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에서 반노숙 생활을 하며 194일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며 “수색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부와도 충분히 대화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을 논의하게 된 데에는 더 이상 수색작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있다. 세월호 탑승자 중 시신을 찾은 사망자는 294명(구조자 174명)이며, 석달 전인 7월 18일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이후 추가 수색작업은 성과가 없었다. 또 갈수록 날이 추워지고 선체가 무너지고 있어 현실적으로 잠수작업에 한계가 닥치고 있는데다, 마지막 시신 발견 후 석달 동안 수색작업에 들어간 비용도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어렵사리 인양에 동의하더라도 인양 작업을 추진하는 것 또한 만만찮은 일이 될 전망이다. 인양 비용이 1,000억원이 넘고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천안함(1,200톤급)의 경우 선체가 두 동강 난 상태로 인양하는 데에 한달, 비용은 200억원이 들었다. 세월호는 6,800톤급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와 선미와 비교했을 때 10배 무거운 셈이다. 일부에서는 인양해도 시신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안 돼 인양 실익이 없다는 견해마저 내놓고 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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