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올 국회 국정감사가 끝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오랜 진통으로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맹탕 국감’ ‘부실 국감’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을 에 눈살을 찌푸릴 국민의 정치 불신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심의에라도 충실하길 여야에 촉구한다.
국회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들은 후 3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31일부터 대정부 질문 순으로 진행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6일 전체회의 를 소집해 부문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가고, 16일 법안심사 소위 가동에 들어간다. 이어 11월 30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해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한편으로 예결위 활동과 별도로 각 상임위는 28일부터 관련 법안 심의에 들어간다. 오랫동안 쟁점을 빚은 세월호 3법과 갑자기 쟁점으로 부상한 공무원 연금 개혁법안,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30여 개 법안, 개중 일부 법안의 대안으로 야당이 따로 제시할 10여 개 법안 등이 여야의 대응을 재촉할 전망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효율적 예산안ㆍ법안 심의를 다짐했다. 이를 거부할 뚜렷한 명분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올해는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1월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 상정되는 첫 해다. 따라서 사소한 문제로 다투며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법에 따라 전체 예산안을 통째로 그냥 넘기게 된다. 올해 첫 시행에 들어가는 이런 법규정이 야당의 ‘태업’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어 드물게 법정 시한(12월 2일) 내의 예산안 처리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야당이 예산안 심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사실이 자칫 여당의 고집불통 등 역(逆) 태만의 근거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의정에 대한 여당 특유의 책임감으로 야당의 합당한 지적까지 못 들은 척하고 버티며 시간을 끌려는 유혹을 견제해야 한다.국회의 비효율과 무능은 그 근본 원인이 어디 있든, 결과적으로 다수당의 책임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의 시각이 뚜렷하게 엇갈린 법안만도 벌써 여럿이다. 정부ㆍ여당이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세 등 지방세와 일부 국세를 인상하려는 방침인 것과 달리 야당은 이런 ‘서민 증세, 부자 감세’에 쐐기를 박는 대신 물 밑에서 잠자 온 ‘부자 증세’ 주장을 다시 꺼낼 방침이다. 야당은 또 정부ㆍ여당이 조속한 처리를 주장해 온 경제살리기 법안 가운데 일부를 ‘분양가 상한제 폐지법’이니, ‘개발이익 환수 포기법’, ‘의료영리화 추진법’ 등이라고 비난하면서 적극적 저지를 다짐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최대한 법안의 핵심 쟁점을 국민 앞에 드러내고 논의하되, 지엽말단에 사로잡혀 큰 그림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다수의 보다 나은 삶에 눈길을 맞추려는 마음가짐으로 여야가 남은 정기국회를 알차게 채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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