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이 날로 불안하다.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 됐는데도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24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내년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이 미리 집을 구하는 수요가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더욱이 내년에는 홀수 해라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만료 건수가 많아 부동산업계는 전셋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인 데다, 홀수 해가 맞물리고, 내년 재건축에 돌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칠 모양이다. 내년 전세시장의 극심한 동요를 감안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초저금리 정책은 매매와 전세에 양날의 칼이다. 주택구입에는 저금리가 분명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전세에는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자율이 떨어지니 집주인은 임차보증금(전셋값)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고 하게 마련이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2011년 34% 수준에서 지금은 40%를 넘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빚을 내어 전세를 충당하는 가구는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도 쉽지 않다.
또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세난을 부추길 가능성도 짙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지구, 강동구 고덕지구, 서초구 신반포 지구 등 재건축 사업장이 내년 초 본격 이주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2년 동안 서울에서만 2만여 가구가 새로 집을 구해야 한다. 통상적 연간 이주 물량인 5,000가구까지 포함하면 실제 이주 가구는 더욱 늘어난다. 반면 내년은 주택 공급물량보다는 주택 멸실 물량이 많아 당장 1만여 가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강남 발 전세난이 인근 지역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서울시는 이주시기 분산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 효과는 의문이다. 공공임대주택 조기공급 등으로 전세난을 피해가기도 쉽지 않다. 재개발 조합의 이주시기 조절은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적절한 조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2년인 전세 임대차 보호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던 1989년의 경우 임대차 보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셋값이 20% 정도 급등했던 예가 있다.
이래저래 뾰족한 대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저금리 장기화의 결과 전세가 막을 내리고 월세가 주택임대차의 주종을 이룰 경우에 대비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저소득층 주택임차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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