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에 ‘숟가락’을 얹어온 미국 대통령들
미국 대통령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왕중왕전 월드시리즈 무대에 첫발을 뗀 때는 99년 전인 1915년 10월이다.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약혼녀 에디스 갤트를 공개하기 위해 보스턴 레드삭스와 2차전을 펼치고 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당시 홈구장 베이커 보울을 찾았다. 이들이 약혼식 후 공개 석상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윌슨은 1916년에 있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월드시리즈 경기를 관람했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 후 ‘너무 일찍’ 재혼한 것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신을 비난할 것에 걱정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는 올해로 111년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월드시리즈 구장을 찾은 미 대통령들의 스토리를 공개했다. 대통령이 재임 중 월드시리즈 경기장을 찾은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선거 바로 직전이거나 선거 기간 중엔 몇 차례 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정확히 선거 한 달 전인 1924년 10월 워싱턴의 그리피스 스타디움에 참석했다. 1931년 31대 허버트 후버는 대공황이 발생한지 2년 만에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필라델피아를 찾았지만 관중은 오히려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퍼부었다.
1933년 임기 첫 번째 가을 그리피스 스타디움을 방문해 시구한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공을 보며 “준비됐나?”라며 “한번 가보자!”라고 외쳤다.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56년 뉴욕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LA다저스의 전신)의 월드시리즈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을 때 역시 그의 재선 한달 전이었다. 이후 45년간 대통령들은 좀처럼 월드시리즈 구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존.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보안 문제가 급부상했고 선수들도 대통령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2001년 9.11테러 7주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월드시리즈에서 시구를 함으로써 미국의 건재를 알리기도 했다. 양키 스타디움에 나타난 부시는 방탄 조끼를 입은 채로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2011년 한 인터뷰에서 부시는 당시 순간을 “재임 중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한국 시리즈 삼성-두산의 3차전에 깜짝 등장해 시구를 했다. 전두환 전 전대통령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성-MBC 개막전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은 1994년 한국시리즈 LG-태평양, 이듬해 OB(두산 전신)-롯데 개막전에서 시구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2003년 올스타전에서 시구한 바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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