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수사과정 문제점 지적… 배상금 지급 판결
2007년 수원에서 발생한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김모(22)씨 등 5명과 이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들에게 100만원에서 2,400만원까지 모두 1억2,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은 가출 후 노숙생활을 해오던 10대 소녀가 2007년 5월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30대 남성을 범인으로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그는 2007년 말 서울고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검찰은 2008년 1월 추가 수사를 통해 진범을 붙잡았다며 당시 10대로 가출청소년이었던 김씨 등 5명을 다시 기소했다.
횡령 혐의 등으로 구치소 생활을 했던 한 남성이 출소 후 검찰을 찾아 한방을 쓰던 재소자에게 들었다며 김씨 등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제보한 것이 재수사 착수의 계기가 됐다.
만 14세 미만이어서 소년부로 송치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4년씩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그러나 검사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항소했고,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었다.
무죄 선고로 풀려나기까지 길게는 1년가량 옥살이를 했던 이들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담당 검사가 원고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망적인 방법으로 자백을 종용하고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직무상 과실이 있다"며 "이런 불법 행위로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해 국가가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당 검사가 '애들 진술 다 받아놨다'거나 '다른 친구들 다 그렇게 얘기했다'는 등 공범들이 자백했다고 오인할만한 표현을 써가며 범행을 부인하던 원고들을 속이고 회유했다"며 검찰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 중 한 명은 범행을 부인하며 거짓말 탐지기까지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묵살하는 등 예단을 가지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혐의사실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담당 검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더라도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과 별도로 공무원 개인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며 기각했다.
한편, 앞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남성은 2012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진범도 잡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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