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美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킬체인·KAMD 구축 완성 등
전력 증강에 천문학적 예산 소요 "사드 국내 배치 시간문제" 관측도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2020년대 중반으로 다시 연기하는데 합의하면서 손익 계산서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은 우리측의 요구로 진행되고 관철됐다. 따라서 향후 반대급부로 미측이 우리에게 들이밀 안보비용의 청구서 내역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능력 갖추는데 수십 조원 들 듯
우리가 앞으로 지불할 안보비용은 크게 3가지다. ▦한국군의 능력 강화를 위한 예산투입 ▦용산, 동두천에 주둔한 주한미군의 기지이전이 보류된 데 따른 기회비용 ▦한미일 정보공유와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논란에 따른 정치적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장 드러나는 건 미국산 무기구입 비용이다. 한미가 23일 안보협의회(SCM)에서 밝힌 공중급유기(1조4,000억원),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1조3,000억),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ㆍ1조3,000억원)의 도입은 기정 사실화 됐다. 여기에 최근 논란이 불거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국내 배치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THAAD는 1개 포대 가격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무기”라며 “이번 SCM에서 직접 논의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조만간 평택과 동두천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에 투입될 무기를 국내 개발 중이다. 하지만 부품과 기술의 상당수는 미국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2023년까지 완비할 군사정찰위성(1조원)과 2020년쯤 갖추게 될 차기 다련장 로켓(3조원)을 비롯해 이지스함(3조5,000억원), 3,000톤급 잠수함(2조5,000억원) 등 막대한 국방예산이 투입될 사업이 즐비하다. 차기전투기(F-X)사업 예산 7조3,000억원과 한국형전투기(KF-X)사업에 드는 18조원까지 합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맞추기 위해 우리 군의 전력증강에 드는 예산은 수십 조원에 달할 것이며 상당수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연기할 때도 정부는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한미 양국은 2010년 6월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을 당초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이명박정부 임기 말인 2012년 한 해 동안 F-X, 대형공격헬기, KF-16 성능개량, 해상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등 미국에서 도입할 무기구입 예산을 10조원 넘게 배정했다. 노무현정부 5년간 무기도입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이에 “전작권 전환 연기에 따른 반대급부”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주한미군기지 이전 지연돼 최소 20조원 추가 부담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로 서울 용산과 경기 동두천의 한미 연합사, 미 2사단 210포병여단은 현 위치에서 잔류하게 됐다. 용산기지는 46만㎡, 동두천 기지는 574만㎡를 미군이 계속 점유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기회비용을 현지 토지시세를 기준으로 얼추 계산해도 최소 6조원, 최대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 제약과 행복추구권 등을 합치면 실제 손해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미 양국은 이번 SCM을 통해 한미일 정보공유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가 양해각서(MOU) 형식의 정보공유 방식은 군사기밀 유출과 편법 우려가 있다며 위법 소지가 크다는 의견(본보 10월 7일자 1ㆍ4면)을 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정부 내 추가 검토를 거치겠다”며 신중하게 반응했던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가 SCM을 계기로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문제를 은근슬쩍 처리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KAMD를 강조할수록 미국의 MD체계 편입 논란 또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삼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은 결국 미사일 방어로 차단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자연히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우리 정부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개연성이 높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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