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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 표준화총국장에 이재섭 박사 선출… 정보통신기술 주도 유리한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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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 표준화총국장에 이재섭 박사 선출… 정보통신기술 주도 유리한 입지

입력
2014.10.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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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고위직 당선

이재섭 카이스트 정보기술(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ITU 표준화총국장 당선이 확정된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재섭 카이스트 정보기술(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ITU 표준화총국장 당선이 확정된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최초의 한국인 고위 선출직이 탄생했다. ITU 가입(1952년) 이후 62년 만에 처음으로 ITU 전권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한국은 이로써 전세계 ICT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외교부는 24일 ITU 표준화총국장에 이재섭 카이스트 정보기술(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선출됐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표준화총국장 1차 투표에서 169개 참가국 가운데 과반(85표)이 넘는 87표를 획득, 터키·튀니지 출신 후보들을 따돌리고 ITU 입성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기식 전문위원이 이 자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후 두 번째 도전 만에 ITU 고위직을 배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당선자는 “새로운 국장으로서 표준화총국의 활동과 결과물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이끌고, ITU 바깥 단체들과 협력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자는 내년 1월 공식 취임해 향후 4년 간 ITU 표준화총국의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표준화총국장은 ICT 관련 제품·서비스의 규격과 기준을 통일해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사무총장ㆍ차장과 함께 투표로 선출되는 ITU 5대 고위직으로 꼽힐 만큼, 세계 ICT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국제전화가 활성화되도록 각 나라에 고유 번호(한국 82번)를 부여하거나, 선박사고 때 긴급구조 신호용으로 쓰이는 모스부호 ‘SOS’를 국제표준으로 정한 것이 모두 이 당선자가 이끌게 될 표준화총국이 해낸 일이다.

이 당선자는 ICT 표준화 분야에서만 27년간 재직한 국내 최고 표준화 전문가로, 일찍이 유력한 차기 표준화총국장으로 거론됐다. 건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KT 연구개발본부에서 일하며 표준화 업무와 첫 인연을 맺은 이 당선자는 이듬해 ITU 표준화총국의 전신인 국제전신전화자문위원회를 통해 처음 ITU에 발을 들였다. 이후 표준화총국 미래네트워크(SG13) 분야 에디터, SG13 부의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는 SG13 의장으로 활동했다. 26년간 차세대 통신망과 인터넷TV(IPTV), 클라우드 컴퓨팅 등 굵직한 사안의 기술표준에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으며 ITU 내에서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당선자가 표준화총국장 직에 오르면서 한국은 앞으로 4년 동안 ICT 세계표준을 주도할 기회를 잡게 됐다. 특히 차기 표준화총국은 미래 초연결사회의 핵심 요소인 사물인터넷(IoT)의 국제표준을 설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가 IoT 주도권을 쥐는 데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이 당선자 역시 “표준화총국 차원에서 IoT에 역점을 두고 국제표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ITU의 수장 격인 사무총장 선거에서 중국인인 자오허우린(趙厚麟) 현 사무차장이 당선된 데 이어 표준화총국장 직이 한국인에게 돌아가면서 ITU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5대 고위직에 아시아인이 두 명이나 진출하는 기록도 수립됐다. 이에 따라 그간 서구권 중심으로 결정됐던 ICT 정책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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