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한다. 조져도 조져도 꿈쩍도 않는다. “조질 테면 조져 봐라” 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낙하산들이 투하되고 있다. 이번엔 금융 공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 감사. 어김없이 새누리당 출신 인사가 자리를 꿰찼다.
예탁결제원은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경모(55) 법무법인 율려 대표변호사를 신임 감사 후보자로 의결했다. 정 후보자는 앞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종 임명을 거쳐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강원도 태백 출신의 정 후보자는 부산대 법학과를 나와 노동·금융·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해왔다고 예탁원은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서울 구로을 후보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울산 남구갑 후보로 잇따라 공천을 신청한 바 있는 인물.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서울시 선대위 정책특보 등을 지냈고 최근 6ㆍ4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클린공천감시단 위원으로 활동한 여당 측 인사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초에도 새누리당 출신 한일수 상무를 선임한 바 있어 예탁원 노조는 정피아가 두 차례 연속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상무는 새누리당 홍문종 전 사무총장의 보좌관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보좌관들 모임인 '청파포럼'의 사무부총장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공기관 감사는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라며 “대통령과의 인연만으로 업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줄줄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판이 먹혀들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 금융공기업 고위 임원은 “임명할 때 맷집 좋게 비판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무리 없이 낙하산 투하가 된다는 걸 이용하는 것 같다”며 “최근 들어 줄줄이 금융 공기업 주요 자리에 정피아 낙하산이 투입될 때마다 언론들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아예 작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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