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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내달부터 KB 국민카드로 차 못 산다"

입력
2014.10.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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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 복합할부 수수료 문제로 갈등

카드업계, 공정위 제소 검토

현대자동차가 복합할부금융상품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KB국민카드에 이달 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다음 달부터 현대차 대리점에서는 KB카드로 차를 살 수 없게 돼 소비자를 볼모로 현대차와 카드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23일 KB국민카드에 이달 말 가맹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8월 말 국민카드를 방문해 카드 복합할부에 대해 별도 수수료율을 적용하자고 요청했지만 국민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했다”며 “계약기간을 한달 유예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카드사의 복합할부금융상품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말 현대차가 이 상품 폐지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이 상품은 자동차를 살 때 고객이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일시불 결제를 하면 결제액을 제휴 캐피탈사가 내고 고객은 이 캐피탈사에 할부로 갚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대리점은 카드사에 카드결제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1.9%(KB카드는 1.85%)를 줘야 한다. 카드사는 이 수익을 고객에게 포인트로 쌓아주고, 제휴 캐피탈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이득을 나눈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피탈사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면 되는 구조에서 카드사가 중간에 개입해 자동차업체로부터 수수료만 취하는 비정상적인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이 상품으로 카드사에 낸 가맹점 수수료만 무려 874억원. 올해는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비용부담이 커지자 현대차는 금융당국에 상품 폐지를 요청했지만 당국에서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양측이 적정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해 해결할 사안”이라며 결론을 유보했다.

이에 현대차가 결국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카드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를 책정할 때 자금조달비용 등 적격비용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는 감독규정이 있다”면서 “해당상품에 대해서만 예외 규정을 둘 경우 가맹점뿐 아니라 카드사도 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불똥은 내년 2월과 3월 각각 현대차와 계약이 만료되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도 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로부터 구두로 0.7%로 수수료를 낮춰줄 것을 요청 받았다”며 “당장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해보다는 현행법상 가능한 지 여부부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카드사는 현대차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경우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률상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강요할 수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현대차에 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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