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 둘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탕을 부숴서 미션을 달성하는 게임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도 얘기해서 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멀찌감치 서서 둘이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화면 위로 ‘You Failed’란 문구가 떴다. 한 아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뜻이야?” “실패했다는 거야.” 다른 한 아이의 표정이 덩달아 어두워졌다. 그 모습이 몹시 귀여워서 나는 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실패가 무슨 뜻인지 아니?”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사탕을 깨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뒤에 서서 지켜보는 나의 두 손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사탕이 하나 남았을 때,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던 것 같다. 이윽고 마지막 사탕이 깨지자, 화면에 ‘Level Completed’란 문구가 떴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나는 그 모습이 기특해서 박수를 쳤다. “이게 성공했다는 뜻이야?” “응, 이제 다음 판에 가도 된다는 거야.”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휴대전화로 그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자그마치 석 달 동안 나는 무수한 실패를 겪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아이의 말을 떠올렸다.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아이들 덕분에 실패는 그르치는 게 아니라 다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로 배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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