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탁 배경
"尹, 전문성ㆍ국제 감각 뛰어나", 지주사 출범 이후 최초 내부 출신
노조와의 갈등도 크지 않을 듯
시급한 과제
회장ㆍ행장 겸임 여부 결정하고 LIG손보 인수계약 해결도 시급
전산 시스템 전환ㆍ인사 파행 사외이사진 재정비도 숙제
결국 KB의 선택은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었다. ‘다크호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막판까지 피말리는 경합을 벌였던 윤 전 부사장의 최대 강점은 내부 출신 후보 가운데서도 가장 긴 7년 여의 KB금융 재직 경력. 그만큼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흐트러진 KB호 재건의 구심점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데 회장후보추천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그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금융당국 등 KB지주 외부뿐 아니라 이른바 1채널(국민은행)과 2채널(주택은행)로 불리는 KB의 두 주류 계파 모두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왔다. 김영진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전문성과 국제 감각, 개인 자질을 모두 고려해 결정했다. 아무래도 KB에 오래 있었고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아 여러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윤 내정자는 누구
윤 회장 내정자는 4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가장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전남 나주 출생인 그는 상고(광주상고)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해서 주경야독으로 대학(성균관대 경영학과)을 마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이어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능력을 인정받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특히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하고도 학내시위 주도 등 학생운동 전력으로 최종임용에서 탈락한 전력도 갖고 있다.
KB와의 인연은 2002년부터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입행해 재무기획본부ㆍ전략담당 부행장, 개인금융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관련 회계처리 문제로 중징계(감봉 3개월) 처분을 받고 KB를 떠났지만 2010년 어윤대 전 회장 시절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부사장으로 컴백해 다시 3년간을 일했다.
직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윤 내정자가 재무ㆍ전략ㆍ영업 등 분야를 두루 거치며 뛰어난 전략가로 명성을 얻었던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 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했던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뽑히기도 했다. 특히 지주사 체제 출범 이후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란 점에서 향후 취임 과정에 노조와의 마찰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풀어야 할 숙제
윤 내정자가 이끌 KB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결정은 회장과 은행장의 겸임 여부다. 전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갈등이 구조적 권력 분점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윤 후보자는 따로 행장을 뽑을지, 당분간이라도 회장과 행장 자리를 겸임할지를 당장 정해야 한다. 앞서 KB금융 이사회는 “새 회장의 의견을 존중해 겸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을 넘긴 바 있다.
KB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과도한 은행 편중 구도 역시 시급한 현안이다. KB는 보험 분야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LIG손보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8월 금융위에 자회사편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KB 사태 여파로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미뤄진 상태다. 당장 27일까지 금융위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연 6%(하루 약 1억 1,000만원)의 지연이자를 LIG손보 대주주에게 물기로 약정을 맺은 상황이어서 빠른 시일 안에 묘수를 내야 한다.
KB 사태의 직접 원인이 됐던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과 인사 파행도 주요 해결 과제다. 현재 국민은행은 유닉스 전환과 IBM 메인프레임 유지 등을 놓고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 어쩌면 윤 내정자의 리더십을 평가 받게 될 첫 관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자신을 선출해 줬지만 KB 사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진을 재정비 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이번 기회에 인적 구성은 물론, 제도까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밖에도 윤 내정자는 조직원들의 사기 회복, 고질적인 계파 갈등 치유, 뚝 떨어진 수익성 향상 등 숱한 난제를 안고 있다.
KB 사태로 감정이 틀어진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잘못된 지배구조를 비롯해 조속한 KB 정상화에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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