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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기암괴석, 역시 남산중에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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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기암괴석, 역시 남산중에 남산

입력
2014.10.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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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모아 놓은 듯 해 천불산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남산제일봉 정상(왼쪽 봉우리) 능선으로 단풍이 물들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남산제일봉 정상(왼쪽 봉우리) 능선으로 단풍이 물들고 있다.

남산은 서울에도 있고 경주에도 있다. 왕이 바라보는 앞산이다. 합천에도 남산이 있다. 신라 애장왕이 3년간 머물며 창건한 해인사의 앞산이다. 인문적 가치야 서울과 경주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치만큼은 셋 중 으뜸이다. 그래서일까? 정확한 명칭은 남산제일봉이다. 가야산의 한 봉우리지만 해발 1,010m의 악산이다. 기암괴석이 능선을 따라 늘어선 모습이 불상을 모아놓은 형상이라고 불가에서는 천불산이라고도 부른다.

등산코스는 단순하다. 남측의 청량사 입구에서 북측의 해인사 관광호텔까지 5km남짓이다. 북측코스가 순탄하지만 경치를 제대로 즐기려면 청량사에서 올라야 한다. 순탄하게 시작한 등산로는 이내 급경사로 이어진다. 단 한번도 내리막이나 평지가 없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 능선 너머로 단풍으로 불그레한 산봉우리가 머리를 드러낸다. 가야산이다. 그나마 쉬운 능선길은 오래가지 못하고 세 개의 바위 봉우리를 잇따라 만난다. 도끼로 쪼갠 듯 뾰족한 바위덩어리가 서로 붙잡거나 기대고 선 모습이 위태로울 정도다. 맞은 편 능선엔 미어캣 모양의 바위가 경계를 서듯 정상을 향하고 있다. 진귀한 형상의 이 많은 바위 중 ‘왕관바위’만 이름이 있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수직 절벽에 가까운 바위봉우리로 오르는 등산로는 철제 계단으로 돼있어 그나마 힘이 덜 든다. 그래도 마지막 정상으로 오르는 철제 계단은 보호난간이 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하다.

등산로는 해인사 관광호텔쪽으로 오르는 것이 순탄하지만 남산제일봉을 제대로 즐기려면 힘들어도 청량사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등산로는 해인사 관광호텔쪽으로 오르는 것이 순탄하지만 남산제일봉을 제대로 즐기려면 힘들어도 청량사 쪽에서 오르는 게 좋다.
등산로 맞은편 능선에 미어캣 모양의 바위가 경계를 서듯 정상을 향하고 있다.
등산로 맞은편 능선에 미어캣 모양의 바위가 경계를 서듯 정상을 향하고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철계단은 보호난간이 있지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하다. 뒤로 가야산이 보인다.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철계단은 보호난간이 있지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하다. 뒤로 가야산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산들이 이곳을 호위하듯 우뚝한 남산제일봉 정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양기가 가장 센 매년 단옷날 해인사 스님들이 모두 출동해 산 정상 다섯 곳에 소금단지를 묻는다. 해인사에서 보면 이곳 바위봉우리가 불꽃 형상을 하고 있어 불기운(火氣)를 잠재우는 의식이다. 1800년대 후반부터 이렇게 해온 이후로 해인사에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단다. 남산제일봉의 또 다른 이름 매화(埋火)산은 ‘불을 묻는다’는 뜻에서 유래됐는데, 언젠가부터 매화(梅花)산으로 변했다.

남산제일봉 정상에서 본 가야면 산골마을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남산제일봉 정상에서 본 가야면 산골마을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해인사 방향 하산 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해인사 방향 하산 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오르는 길에 비하면 해인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평지와 다름없다. 바위절경 대신 평온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제서야 군데군데 발갛게 물든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물소리가 들리고 소나무 향이 짙어지면 길은 더욱 넓고 순탄하다. 등산로가 끝나는 치인마을을 벗어나면 하류 쪽으로 홍류동 계곡이 이어진다. 이곳부터 대장경 테마파크까지 약6km구간은 ‘소리길’이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계곡 따라 난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합천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합천=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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